외국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지난 2014년 4월 송도에서 개최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주관 사회안전망 세미나 때 일이다. ESCAP 사회보장파트의 스리니바스 타타(Srinivas Tata) 국장은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내게 “한국 노인의 주택 소유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가”라고 물었다. "정확히는 모르나 70% 정도는 되지 않을까" 했더니, “그렇다면 한국의 높은 노인빈곤율은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했다. 그는 부유한 한국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이해할 수 없어서 물어봤다고 했다.
빈곤율에는 두 가지가 있다. 중위소득 50% 미만에 속하면 빈곤 상태로 간주하는 상대빈곤율과, 최소한의 생활 유지에 필요한 절대빈곤율이다. OECD는 상대빈곤율을, 경제수준이 낮은 아·태지역 국가들은 절대빈곤율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가 OECD 회원국이다 보니 OECD 기준을 따라야 한다. 문제는 중장년층, 노인 모두 재산 중에서 부동산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 현실이다. OECD가 가처분소득만으로 빈곤율을 산정하다 보니 부동산이 많아도 가처분소득이 적으면 빈곤노인으로 분류되고 있어서다.
필자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등을 포함하면 노인 빈곤율은 21%로 대폭 하락한다. 통계청 자료도 유사하다. 소득이 제일 낮은 1분위를 제외한 모든 노인집단의 재산소득이 전체 가구(가장 부유한 5분위 제외)보다 많다. 특히 소득 4·5분위 노인가구는 전체가구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재산소득이 많다. 이들이 전체 노인의 40%인 점을 감안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무조건 세금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얼마나 포퓰리즘에 근거한 정책인지를 알 수 있다.
순자산 기준으로도 노인집단은 전체가구보다 월등하게 부유하다. 단,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노인집단의 소득 불평등이다. 소득하위 20% 전후에 해당하는 노인들은 지독하게 빈곤한 집단이다. 재산을 포함해도 전체 가구 중에서도 제일 빈곤한 집단이다.
노인의 국가별 지니계수(2018년 기준)를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독일 0.269, 캐나다 0.286에 비해 우리는 0.406으로 매우 높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높다. 총인구 기준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우리나라 노인집단의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 숫자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한 가처분소득 기준의 10분위배율도 유사하다. 독일 3.1. 핀란드 2.7에 비해 우리는 6.5로 압도적으로 높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그동안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었다. 15여 년 전 과천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에드워드 화이트하우스(Edward Whitehouse) OECD 사회정책부 연금정책 본부장이 우리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강조했을 때, 토론자였던 필자가 강하게 반박했었음에도 노인빈곤율이 높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왔다. TV 화면으로 폐지 줍는 노인을 보여주며 모든 노인이 폐지 주워 생활하는 것처럼 호도한다. 대통령 선거 때 기초연금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통계의 오류, 평균의 함정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말이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부처 간 이견으로 어려웠던 ‘포괄적 연금통계’가 만들어질 것 같아서다. 정확한 노인 소득파악이 가능해져 제대로 된 노인 복지정책 수립이 가능할 수 있어서다. 류근관 통계청장과 통계청 관계자가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다. 다만 내년 10월에 가서야 결과가 공표된다는 점이 아쉽다. 내년 10월쯤이면 총선 등으로 연금개혁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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