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이지만 요즘 방송이나 신문 기사에 원숭이두창(monkeypox) 바이러스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너무 큰 고생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주변의 바이러스나 병원체들이 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두창이라는 질병은 흔히 천연두라고 불린다. 인류 역사에서 콜레라, 페스트 등과 더불어 오랫동안 꾸준히 대규모로 인간을 괴롭혀 왔다. 한편으로 두창은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효용성이 각인되었던 백신 개발 역사의 첫출발이 되었던 질병이기도 하다. 18세기 말 영국의 의사가 최초로 백신이라는 의료적 기술로 개발한 종두법이 바로 두창을 예방하는 백신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흔히 등장하는 역병이라고 불리던 병도 아마 상당 부분 두창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두창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이 모두 같은 종류이거나 또는 모두 유사한 정도로 위험한 병원체는 아니었다. 앞서 설명한 천연두 바이러스와는 다르게 소나 원숭이 등에서 두창을 발생시키는 바이러스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위중증의 정도나 치사율이 낮고 의료적 위험성도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이처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과학적 현상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에서 발생하는 두창 병원체인 우두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것이 바이러스인지, 그냥 고름 덩어리인지 구분을 못 했겠지만) 사람의 천연두를 예방하는 종두법을 개발한 윈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른 두창 바이러스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어떤 병원체든 우리 몸 안에 침투해도 괜찮은 것은 없을 테니까.
두창이라는 감염병의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지난 2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바이러스에 비해서 원숭이두창은 정보나 경험, 백신 같은 대응수단 등이 훨씬 잘 축적되어 있다. 또한 다른 동물의 두창 바이러스는 백신 개발용 재료로 사용되기도 할 만큼 인체에는 일반적으로 위해도가 덜 하다. 그 때문에 최근 몇 주 동안 수시로 언급되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유행은 코로나19처럼 무서워하고,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이 두창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된 케이스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천연두 수준의 엄청난 전염성이나 치사율을 보이지는 않는다.
두창에 대해서는 백신도 어느 정도 잘 개발되어 있다. 이번에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알려진 덴마크 회사의 백신도 차세대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것이 원숭이두창에도 효과를 보여서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허가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과 백신전문기업이 오래전에 개발한 전통 방식의 백신이 이미 상당량 비축되어 있다. 이 백신만으로도 원숭이두창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며, 효능이 확보된 치료제 또한 개발되어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감염병은 없다. 그렇지만 이처럼 다양한 대응 방법이 있는 감염병에 지나치게 놀라고 겁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지금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갑자기 새로운 모습의 변이주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위험에 대한 대비는 1년 365일 이상한 감염병들을 주시하고 있는 보건의료 현장의 헌신적인 감시와 예방 노력이 담당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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