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조사에 의하면, 한국 대학에서 조교수가 받는 돈은 2020년 5,353만 원이다.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CEO스코어데일리 기준) 중 연봉 데이터가 확보된 94개 대기업의 대졸 사원 평균보수는 5,356만 원으로 집계됐다. 즉 대학 조교수의 보수가 민간기업의 대졸 신입과 유사한 것이다. 더구나 네이버나 SK하이닉스, 크래프톤 등 요즘 잘나가는 기업은 8,000만~1억 원을 준다는 점을 보면, 우리나라 교수의 월급은 부끄러운 수준임에 틀림없다.
보수의 적정성을 설명하는 두 가지 이론이 있다. 먼저, 그 사람에게 투입된 총비용을 보는 인적자본 접근법이 있다.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학부 졸업 후에도 여전히 학생 신분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을 감수하고, 혹독한 훈련을 거친다. 그런데, 조교수와 대졸 신입사원 보수가 비슷하다는 것은 석사, 박사, 박사후 등 약 10년 정도의 투입기간을 인정받지 못한 셈이 되어 공평하지 못하다.
둘째, 그 사람이 창출하는 가치에 따라 보상이 다르다는 노동보상설로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네이버 직원이 회사에 천문학적 수익을 창출했으니 그만큼 연봉을 받는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대학 교수는 (계산할 수 없지만) 젊은 인재를 기르는 중차대한 가치창출을 한다. 세계적인 연구정책저널인 리서치 폴리시(Research policy) 논문에 따르면, 연구에 대한 수익률이 작게는 20%에서 많게는 67%에 이른다. 이 기준으로 봐도, 교수월급은 공평하지 못하다.
국제적으로는 어떤가? 미국대학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500개 미국 대학의 교수 연봉은 평균 13만8,524달러, 성과급까지 포함하면 17만7,809달러이다. 단순 비교하면, 미국 교수연봉이 우리나라 교수에 비해 3배 많다. 그런데 미국은 대학 간 보수 차이가 매우 커서, 이 중에서 만약 미국의 연봉 상위 10개 대학과 비교한다면 약 5배나 높은 보수를 받는다.
외국 학자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서울대는 어떨까. 국내에서 최고 보수를 주는 사립대에 비하면 서울대 교수의 보수는 정교수급은 65.6%, 부교수급은 73.7%, 조교수급은 83.1%에 불과하다(강병원 의원실 자료).
사정이 이러니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 세계가 피나는 인재 확보 경쟁을 하는데, 우수한 인재를 서울대 교수로 초빙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그토록 어려운 교수 채용심사 과정을 통과하더라도, 서울대 부임을 포기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는 교수들이 드물지 않게 생긴다. 프로선수처럼 비싼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유교문화의 우리나라에서, 돈 보고 하려면 서울대 교수 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교수들이 주택과 자녀교육에 절망적인 상태에서 산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학위 따느라고 늦게 시작한 교수생활인데, 학부졸업한 제자와 비슷한 보수로 시작한다는 것이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대학이란 교수 노동 등을 투입하여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체다. 훌륭한 교수가 없으면 그만큼 젊은 인재양성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건물 짓는 비용은 아깝지 않고, 교수 인건비 인상에 인색하다면, 결국 대학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국립대부터라도 교수 월급을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책정해야 한다. 예산 당국부터 교수 인건비는 낭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시각변화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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