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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혐오의 바이러스

입력
2022.09.20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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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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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원시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통하여 생존하고 발전해 왔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력과 교류를 통하여 외부 위협에 맞서고 공동으로 대규모 작업을 수행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지식을 축적하면서 문명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굴려 왔다. 인간 사회는 최초의 씨족공동체에서 시작하여 도시, 국가 단위로 점차 그 범위를 넓혀 왔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교통과 정보통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전 세계가 하나의 사회가 되었다. 문명의 발전도 그만큼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데 사람 간 접촉과 교류를 통해서 퍼져나가는 것들 중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에서 보듯이 교통의 발달로 인구 이동이 증가하면서 지구 한구석에서 발원한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몇 년째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전 역시 지식과 정보의 전파를 확대시키면서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끌어올렸지만 그 대가로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를 전에 없던 속도로 퍼뜨리고 있다. 바로 거짓과 혐오라는 무형의 바이러스이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시대에 인터넷 세상은 참 정보와 거짓 정보가 혼재하고 정제되지 않은 온갖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짓 정보는 쉽게 식별되지 않으면서 인간의 약점을 파고드는 강한 전염력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특정 집단이나 이념을 공격대상으로 삼으면서 혐오감이라는 유해한 증상을 유발한다.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고 사회 계층이나 세대, 성별, 정치성향 등 상이한 집단들 간의 갈등과 차별을 부추긴다. 이 병의 감염자들은 자기들끼리 집중적으로 소통하면서 병세를 심화시키고 거짓 정보와 혐오를 확대·재생산하는데, 결국 자기들과 다른 생각이나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고 타도 대상으로 삼으면서 극단적인 분열과 폭력성을 낳게 된다.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 타민족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거짓 정보는 대학살로 이어지고,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국수주의는 전체주의와 전쟁을 일으킨다. 한때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여겼던 미국 정치가 케이블티비와 인터넷의 등장 이후에 경륜과 품격 대신에 야비함과 선동의 무대가 되면서 양극화하고 있고 민주주의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거짓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백신은 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말이 진실인지 구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도 의심스럽고, 언론들도 편향적이라 믿을 수 없고, 종교지도자의 말도 이전처럼 높은 신뢰를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의 백신이 신속히 보급되어 거짓을 잠재우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인터넷을 봉쇄하는 극단적인 방법도 있지만 민주 사회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결국 개개인들이 면역력을 키우고 방역에 주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비책이다. 평소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체험하면서 합리적인 사고를 키워 스스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판단력을 키우고, 일부 사이트나 채널에만 매몰되어 정보를 편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거친 표현이 난무하는 댓글이나 SNS 사이트를 재미삼아 드나들다 저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바이러스들을 극복해야 하듯이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거짓과 혐오의 바이러스를 극복해야 한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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