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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돕는 기업들

입력
2022.10.07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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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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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음이 많이 아프다. 지난 5년간 우울증·불안장애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899만 명으로, 전 국민 5명 중 1명꼴이다. 이 중 60세 이상이 338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더욱 위협받고 있는데, 2021년 우울증·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72만 명으로 2019년 대비 14.2% 증가하였다. 특히 젊은층에서 많이 늘어서, 20대가 42.3%로 가장 크게 늘었고, 10대 이하 33.5%, 30대 24.9%, 10대 22.1%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전문가 도움도 받아야 하지만, 한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세계 속에서 지속적인 치유와 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비의료적 접근을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이라고 한다. '웰빙 엔터프라이즈'(Wellbeing Enterprise)는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이다. 병원 치료 시에도 지역사회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통합적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하며, 예방적 차원에서 평소에 정신건강을 돌보도록 한다. '웰빙 관리사'(Wellbeing Officers)들이 환자 개인과의 1:1 면담, 가정 방문, 심층 상담을 통해 약물 치료 외에 다양한 지역의 프로그램들을 연계해준다. 예를 들어, 보일러 점검 방문 같은 일상적 활동에서부터 댄스, 미술, 산책 모임, 수면 장애 및 스트레스 해소 워크숍, 자존감 회복 워크숍 등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그들과 협력하여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도 한다. 2019년부터 2020년 동안 총 2,553명이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우울증 감소 69%, 건강 상태 개선 51% 등 프로그램 참가자의 70%가 삶의 웰빙 수준이 향상되었다. 리버풀시에서만 웰빙 전문가 146명을 양성하였고, 자원봉사자도 236명이 활약하고 있어 지역사회 정신건강 돌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대구에서 시작한 사회적 기업 '토닥토닥'은 심리상담을 일상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였는데, 사람들이 방문하기 편한 공간으로서 카페를 활용하고 낮은 가격을 책정하여 경제적인 부담을 없앴다. '멘탈헬스코리아'는 정신건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정신건강서비스의 소비자로서 당당하게 질 높은 치료와 전문기관에 접근하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공감인'은 정신적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아픔의 전문가이자 치유자로 전환하여 동료지원가로 양성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282 북스', '마링', '달봄' 등 마음건강을 돌보는 프로그램과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업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웰빙 엔터프라이즈가 적극적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전문가' 영역과의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지역사회 차원에서 더 광범하게 전문 병원의 치료와 연계하고, 예방적 차원의 프로그램이 이들을 통해 활발히 제공되기를 기대해 본다. 힘든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사회 변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 가까운 곳에 있다면 세상이 조금은 더 살 만하지 않을까.


강민정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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