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노벨상이 네안데르탈인에 주목한 이유

입력
2022.10.14 00:00
27면
0 0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페보가 3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에서 네안데르탈인 해골 모형 옆에 서 있다. AP 뉴시스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페보가 3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에서 네안데르탈인 해골 모형 옆에 서 있다. AP 뉴시스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명예는 스반테 페보라는 스웨덴의 유전학자에게 주어졌다. 페보 박사는 고대 인류의 유골에서 DNA 분석을 통해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노벨상, 특히 생리의학상과는 왠지 관련성이 적을 것 같은 분야이므로 다소 갸우뚱한 반응도 있고 그래서인지 페보 박사의 개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페보 박사는 대학은 고고학과로 입학한 후 의대로 전과했고 대학원에서는 바이러스를 전공했는데 당시 지도교수 모르게 이집트 미라에서 DNA 분석하는 방법을 혼자서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후 혁혁한 업적을 통해 고고유전체학을 개척해왔다.

한편, 페보 박사는 본인이 밝힌 것처럼 혼외 자녀로 태어나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아버지는 40년 전인 198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수네 베리스트룀 박사이다. 또한, 현재 부인을 만나기 전에는 본인을 동성애자로 생각하던 양성애자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노벨상 수상은 네안데르탈인을 중심으로 발전시킨 고대 인류 유전체 해석에 대한 연구들 때문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들과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인류는 지금 우리와 같은 현생 인류와 지금은 사라진 고대 인류로 나누어져 진화하고 있었다. 그중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먼저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져나간 고대 인류이며 약 4만 년 전 사라지기 전까지 현생 인류와 교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보 박사의 연구들에 따르면, 현생 인류인 우리들의 DNA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섞여 남아 있으며 민족별로 다르긴 하지만 우리 DNA의 약 2%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내려온 DNA인데, 고대 인류의 DNA는 우리에게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 이상임이 밝혀지고 있다.

가령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유전자의 특정 변이는 네안데르탈인 시절부터 존재하던 변이인데 네안데르탈인이 주로 가지고 있던 변이는 미숙아 출산의 위험성과 높은 관련이 있는 대신 유산의 위험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번식의 관점에서는 미숙아 출산이 유산보다는 유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유산이 많았을 현생 인류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볼 만하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특정 DNA 서열을 가진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감염 시 중증으로 입원할 확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축적된다면 현생 인류가 다른 고대 인류들보다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알 수도 있을 것이며 혹은 현생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유인원과 우리의 DNA를 비교하는 것보다 고대 인류와 현생 인류의 DNA를 비교하는 게 지능에 대한 연구에서는 더 큰 장점이 있다. 고대 인류와 현생 인류의 DNA는 다른 점이 훨씬 적으므로 원인이 되는 차이를 찾기가 더욱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지적 능력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료 방법 개발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류를 넘어설 특이점을 향해 발전하고 전염병에 의한 종말을 핵무기만큼이나 두려워하게 된 시대에 온고지신의 자세로 인류의 생존과 미래에 대해 사색하게 만드는 노벨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환석 카스큐어 테라퓨틱스 대표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