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일간지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를 인용하여 "일본 정부는 연공서열제가 기본인 일본의 임금체계를 '잡(job)형'이라 불리는 직무급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자본주의를 혁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구성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의 제10차 회의가 개최된 지난 4일 발표되었다. 이 회의 의장은 기시다 총리고 구성원들은 내각의 장관들이다.
이날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그랜드 디자인 및 실행계획' 중에서 이달 중 발표될 종합경제대책에 들어갈 중점사항을 발표하였다. 노동시장 개혁조치는 중점사항들 중 앞부분에 위치해 있는데, '노동자에게 전직 기회를 부여하는 기업 간·산업 간 노동이동의 원활화'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노동이동은 이 그랜드 디자인에서 정책목표로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재훈련(재훈련 기간 중의 생활보장과 사회적 안전망 포함)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 기업과 산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다른 기업·산업에 통용 가능한 고숙련 인재를 육성하는 재훈련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통용 가능한 숙련 형성과 순조로운 노동이동을 위해 연공임금으로부터 '기업의 실정에 맞고, 일본에 적합한 직무급'으로의 이행도 강조되었다. 중소기업이 직무급을 도입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도 포함되었다.
이러한 방침은 어려운 일본 경제의 배경에 일본적 고용시스템이 놓여 있기 때문에 전통적 인사관리 시스템을 성찰하고 서구의 잡형 고용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매스컴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잡형 고용시스템이라는 용어는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하마구치(濱口桂一郎) 소장이 2009년 출간한 '새로운 노동사회-고용시스템의 구축을 향하여'에서 제안된 개념이다. 그는 일본의 인사관리 시스템을 멤버십형 고용시스템으로 특징짓고, 그 문제를 잡형 고용으로의 전환에 의해서 해소하려고 하였다. 멤버십형 고용은 채용 시 담당 직무와 근무 장소를 한정하지 않고 고용하고, 회사가 인사권을 갖고서 담당 직무와 직장을 필요에 따라 결정하며, 배속된 직장에서 종업원이 담당하는 직무는 회사가 인사권을 갖고서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할당하는 방식을 말한다.
잡형 고용은 직무와 직장을 한정·특정하여 종업원을 선발하고 당해 직장의 담당 직무에 배치한다. 담당 직무는 직무기술서에서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있고 회사와 직장 상사는 담당 직무와 직장을 변경할 수 없다. 담당 직무와 직장의 변경은 사내공모 등 본인의 희망에 따라서 결정한다. 임금제도는 직무급이다.
일본 정부 방침에 언급되어 있는 '기업의 실정에 맞고, 일본에 적합한 직무급'은 '일본판 잡형'인 것으로 추측된다. 엔지니어 직종 등 전문성이 높은 직무는 채용 시점부터 잡형 고용으로 하고 처우는 시장 수준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다수는 멤버십형 고용으로 하는 것이 일본판 잡형이다. 일본판 잡형의 활용을 위해서 경단련은 2020년 '일본판 직무등급제도'까지 소개한 바 있다.
특이하게 연공서열형 임금제도와 인사제도를 가진 한국과 일본에서 비슷한 시기에 연공급을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러한 양국 정부의 노동시장정책이 양국의 임금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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