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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재정추계 결과 발표의 관전 포인트

입력
2023.01.26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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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연합뉴스

2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된다.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들이 27∼28일 관련 합의 도출을 시도하려다 보니 최신 추계가 필요해서다. 발표를 앞두고 주된 관심사가 기금소진 시점으로 모아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55년, KDI는 2054년, 필자 연구 책임의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2056년을 소진시점으로 예측(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화연 박사)하고 있어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는 기금소진 시점은 1년만 앞당겨지나, 국회 예산정책처와 KDI 추계에 비해 비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70년의 재정평가기간 연도 말, 즉 2093년 말 적립배율 2배를 달성하기 위한 보험료가 여타 재정추계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2024년 일시에 12.33%포인트를 올린다는 극단적인 가정에서도 21.33%까지 보험료를 올려야 적립배율 2배(2093년 말 시점에서 향후 2년 동안의 연금지출액 확보)를 달성할 수 있어서다. 기금소진 시점 그 자체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1992년생이 은퇴하는 시점에 기금이 고갈되는 국민연금은, 이들 세대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 받을 돈이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연금개혁에 동참할 유인이 생겨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금소진 시점의 몇 년 연장이 아닌, 사망시점까지의 재정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지표가 기금소진 시점부터 70년 재정평가기간 말인 2093년까지의 누적적자 규모다. 국회 특위 자문위원이 제대로 된 재정안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경우에서의 보험료 인상 조합에 따른 누적적자 변화 추이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소득대체율을 45% 또는 50%로 인상할 경우 누적적자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추계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단지 기금소진 시점 몇 년 연장을 재정안정방안이라고 호도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보험료 인상이 재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의 부정적인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연금 작동원리를 제대로 알려 줄 수 있어서다. 과거 수차례 제도 개편에서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이 악용한, 소위 말하는 '단기 모르핀 효과'의 부작용을 이번에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프랑스 연금개혁의 핵심은 2030년까지 24조 원을 절약해 연금제도의 균형을 맞추는 거다. 그런데 2023년 한 해 우리 공무원연금은 적자 보전액만 5조2,000억 원이다. 5년 후인 2027년이 되면 프랑스가 개혁으로 절약하려는 액수보다 공무원연금 누적적자 보전액이 더 커진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재정추계 보고서는 비공개 상태다. 국회 특위 자문위원 논의 테이블에 향후 70년 동안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누적적자 보전액이 경상가와 현재가로 반드시 제출되어야 하는 이유다.

2021년 기준으로 1,138조 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 개념과 유사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미적립 부채(Unfunded liability) 규모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과거에는 발표하던 미적립 부채 규모를 밝히지 않다 보니, 국제적으로 조롱받을 수준의 연금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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