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금융 민주주의'(financial democracy)를 주창하고 있다. 금융을 잘 활용하면 금융이 모든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쉴러 교수는 미국의 2000년 주식시장 거품과 2008년 부동산 거품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붕괴를 예측했다. 그는 주식과 부동산의 거품을 '사회적 전염'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산가격이 오르면 주요 언론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보도를 많이 한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회라 여기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2000~2006년 미국 주택가격 급등도 사회적 전염에서 발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90년대 후반에 정보통신 혁명으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미국 경제가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언론들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기사를 실었고,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나스닥 시장에서 거품이 발생한 뒤, 붕괴되었다. 2020~2021년 한국 주식시장에 있었던 이른바 '동학개미운동'도 사회적 전염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최근에도 두 시장에서 동시에 거품이 발생한 뒤, 또다시 붕괴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는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 하나는 2008년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 붕괴로 촉발됐던 금융위기이다. 다른 하나는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심각한 경기침체였다. 세계는 두 번의 경제위기를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극복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대폭 내리고 통화 공급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거품이 발생했다 붕괴하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로는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른바 '버핏지수'가 종종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2021년 말 버핏지수가 334%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3분기에는 235%로 낮아졌지만, 아직도 과거 평균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코스피 시장 기준으로 보면 2021년 말 버핏지수가 106%로 역시 사상 최고치였다. 지난해 말에는 이 지수가 84%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시장에서도 거품이 생겼다가 꺼지고 있다. 2012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미국 20대 도시 주택가격이 132%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29%)이나 가처분소득(49%)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 6월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 집값에도 거품이 발생했다 붕괴하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
거품이 붕괴하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이번에도 주식과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로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거품 붕괴는 각종 금융제도를 정비하는 등 금융 강화의 기회를 주었고 금융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거품 붕괴 후에는 부를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오기도 한다. 저소득층이나 서민 계층에도 주택 보유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쉴러 교수는 통합금융서비스 등을 포함한 몇 가지 제도가 잘 갖춰지면 모든 사람이 금융으로 부를 늘릴 수 있는 금융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은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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