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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산불피해, 근본 해결책은 없을까

입력
2023.03.15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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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원들이 1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일원에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통영시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원들이 1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일원에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도 어김없이 산불소식이 185건을 넘었다. 특히 작년 3월 4일에는 동해안에서 시작된 산불이 이후 10일 동안 서울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만3,794㏊를 삼키며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시속 2㎞ 초강풍으로 진화가 불가능하다가 결국은 비가 와서 불길이 잡힌 화마였다.

매년 400여 건, 지난해에만 700건 등 크고 작은 산불이 끊이지 않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건조 날씨가 지속되는 반면, 그동안 산림녹화 정책으로 숲이 우거졌기 때문이다. 85% 나무가 불이 잘 번지는 소나무인 것도 한몫한다.

산불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지구상으로 매년 3억 내지 4억 ㏊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유엔에 의하면 2050년에는 지금보다 30%나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산불이 올해 잘 넘긴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고, 앞으로 더욱 커질 지속적 위협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산불 원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95%의 산불이 사람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부끄러운 현실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등산객의 담뱃불, 사람들의 쓰레기 소각이 문제이다. 산불예방표어, 핸드폰 경보문자 등 국민 의식 계도는 잘 먹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일본, 유럽 등 산림의식이 선진적인 곳에서는 실화에 의한 산불이 적다는 점이 부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 잠재적 실화 집단을 산불방지의 적극적 협력자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없을까. 산을 좋아하는 등산동호회 사람들, 산 주변의 거주자들을 조직화하여 민관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그 방안 중 하나이다. NGO 운동을 활성화하여 산불예방의 책임을 분담하고, 적절한 행동을 같이하는 '국민운동화'하자는 것이다.

그래도 산불 발생 자체를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숭례문 방화와 같이 어처구니없는 방화나 자연발화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 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마치 방화벽과 같이 방화띠를 만드는 방안이 있다. 알프스, 피레네 등 산림이 많은 프랑스는 여름 건기가 산불위험 시기로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미리 산을 불태우는 작전을 실시한다. 식물의 땅속뿌리까지 태우지는 않고 지표면 위의 식물만 태움으로써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기법이다. 예컨대 알프스 산맥의 경우, 이미 30년 전부터 매 5년가량마다 구역을 순차적으로 나눠서 방화를 하는데, 이렇게 태우는 산림면적이 매년 약 1,000㏊에 달한다. 민간소유 산지는 보조금을 준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대탐소실하자는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푸른 숲혁명을 다져온 산림청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이다. 최근 헬기 47대, 산림드론 280대, 산불감시카메라 1,448대 등을 갖추고 혁신을 꾀하고 있다. 신기술을 활용하여 산불경보 발령과 입산금지, 진화 작업 등은 세계에서 제일가도록 해야 할 과제이다.

아름다운 숲을 산불로 잃는 것은 '다 큰 자식을 잃는 것'과 같다. 산불방지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작년에 해체된 스마트산림재해대책대응단 같은 조직도 정식 조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출로 생각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식목일을 앞두고 온 국민이 산불방지 차원을 넘어 숲과 나무의 가치를 깨닫는 사고의 전환도 해야 한다. 나무는 엄청난 국가의 미래 자산이다. 스웨덴, 일본 등은 100년을 쓸 수 있는 나무자원의 관리를 잘하고 있다. 산지비율 면에서 세계 4위 국가로서 세계를 이끄는 산림 모범국이 되어야 한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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