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자 '아침을 열며'에 챗GPT를 교육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글을 쓴 후 관심 있는 기자들과 동료 교수들의 반향이 뜨거웠다. 그동안 몇몇 대학이 챗GPT 윤리강령을 발표했고, 강의실마다 그 활용 방안을 얘기하면서 교육현장에서 챗GPT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챗GPT를 개별 강의와 학습의 주제 및 목적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자연스런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가 챗GPT를 강의실 토의 워크북으로 활용하는 것은 한 가지 정해진 답만 존재하지 않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주제 토의에서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연과학, 공학, 의학, 법학 등 다른 분야에는 또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지난주,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화' 강의를 수강하는 대학생 7명을 대상으로 모의 실험연구를 했다. 지난 강의의 읽을거리를 숙지한 다음 강의실에서 함께 토의한 학생들에게 단순 서술형과 심층토론형, 두 가지 질문을 주고 300자 내외의 에세이 답안을 쓰게 한 후, 같은 문제에 대해 '오픈 챗GPT 시험'의 답안을 한 번 더 쓰게 했다. 두 답안을 비교한 결과는 이렇다.
첫째, 챗GPT가 쓴 글은 자신의 생각이 잘 준비된 학습자에게 사고의 진일보를 돕는 보완적 자료로 매우 효율적으로 이용됐다. 그러나 생각이 분명히 정리되어 있지 않은 학습자에게는 오히려 혼란을 불러왔다. 둘째, 챗GPT에 문제의 핵심어를 간결하게 제대로 질문한 학생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각각 2회에서 5회까지 자유롭게 챗GPT를 활용했는데, 주어진 질문의 핵심요소를 잘 파악해 치밀한 질문을 한 학생의 답안이 더 많이 향상됐다. 셋째, 학생들은 단순 서술 에세이의 경우 챗GPT 도움을 많이 받은 반면, 사례를 들어가며 깊이 있게 토의해야 하는 심층토론 에세이 서술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이러한 장점과 한계는 이미 예견된 바였다.
실험연구 후 학생들과 챗GPT의 학습 워크북으로서의 잠재력에 대해 대화하며 몇 가지 잠정적인 결론을 얻었다. 첫째, 챗GPT는 짧은 에세이의 표준화된 구조를 제시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그러나 잘 훈련된 고등학생의 에세이 구조 수준 이상이 결코 아니었다. 둘째, 챗GPT는 논쟁적인 대목을 애써 외면하고 가장 균형적이고 안전하고 보수적인 방향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챗GPT에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담은 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마지막으로, 챗GPT가 쓴 글에서는 구문론적, 문법적 오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무결점 글쓰기는 분명히 미덕이지만, 하이테크 중심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의 충분 조건은 아니다. 암기와 정리근육이 아닌 창의적 생각근육을 키우는 것이 미래사회에 대비한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시험 답안이나 논문을 평가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내용상 틀린 것은 없지만 그 속에 자신만의 구체적인 생각을 담아내지 못한 글을 가려내서 코멘트하는 일이다. 챗GPT가 무오류 글쓰기 능력은 뛰어나지만 창의적, 비판적, 혁신적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데 미숙하다는 점이 강의실에서의 챗GPT 활용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교수가 학생에게 최적화된 검색엔진이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정답을 줄 수 있는 문제를 던진다면, 이는 이미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미 있는 질문이 아니다. 정답(定答), 즉 정해진 답이 아닌, 정답(正答), 즉 옳고 바르게 생각해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미래 고등교육의 방향성이라면,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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