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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스킹'이 품은 오판의 씨앗

입력
2023.06.21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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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묘사하는 단어로 '디리스킹'이 부상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월 30일 EU의 대중국 전략을 설명하며 처음 사용했고, 4월 27일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의 대중국 전략도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이라고 언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중 관계가 화해무드로 전환될 것이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4가지 이유에서 필자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기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첫째, 미국은 지금껏 대중국 견제정책을 강화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2020년 5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전략보고서', 2022년 10월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 전략서'에서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즉 미국 정부의 정책적 목표는 한결같이 중국 리스크 관리였고 '디리스킹'에 대한 강조는 표현의 변화가 아닌 그간의 정책기조 설명을 위한 표현의 선택이었다.

둘째,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국면전환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소통을 항상 강조해 왔다. 4월 20일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이 언급했듯이 양국의 커뮤니케이션은 오해와 의도치 않은 충돌의 위험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이다. 이는 필자가 작년 4월 한미정책협의단 일원으로 방미했을 때 국무부와 백악관으로부터 확인한 것과 변화가 없다. 5년 만에 미국 최고위급 관리의 중국 방문이 보다 안정적이고 미중 관계를 위한 토대를 만든 것은 맞지만 양국을 분열시키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시사하지는 않는다.

셋째, 최근 미국이 이야기하는 중국과의 상생은 무조건적 협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조건부 상생이다. 중국이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룰에 기반한 경쟁을 할 때만 지속가능한 윈윈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또한 중국이 세계에 대한 공동의 의무를 다하고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지 않는 한 중국 의존도 줄이기와 중국 견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무조건 악마화할(demonize) 필요도 없지만 조건 없는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된다(sanitize)는 인식을 보여왔다.

넷째, 최근 몇 개월 동안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을 상대로 가장 광범위한 목적을 위해 수출통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수출통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5월 31일 재무차관 폴 로젠(Paul Rosen)은 곧 아웃바운드 투자 모니터링도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등 3개 기술 분야를 우선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유럽이 이야기하는 디리스킹이 의미하는 바는 달라 보인다. 중국 리스크 관리라는 목표는 같지만, 구체적 수단에서 유럽의 초점은 다변화(diversification), 미국은 부분적인 디커플링(partial decoupling)에 있다. 제이크 설리번이 '제한된 분야의 강력한 통제(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의도를 오판해서는 안 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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