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제네바의 다보스포럼을 다녀왔다. 전 세계 사회적기업가들의 모임에 참석한 것인데, 새삼 달라진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을 경험하였다. 어찌 보면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웅변으로 강조한 것이 바로 다보스 매니페스토(Davos Manifesto) Ⅱ 가 아닐까!
어느 조직이나 반백 년이 되면 그 조직의 위상에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020년의 '다보스포럼'이 바로 그러했다. 1970년에 설립되어 꼭 만 50년이 된 해가 바로 2020년이었고, 이에 다보스포럼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이정표로 '다보스 매니페스토 Ⅱ'를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것이 첫 번째는 아니었다. 포럼 설립 3년째인 1973년에 이미 '다보스 매니페스토 Ⅰ'을 발표한 바 있다. 동 부제는 바로 '기업가를 위한 윤리강령'이라는 연성규범이었다. 기업가들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 봉사해야 하며, 이들의 다양한 이익을 조화(harmonize)시켜야 함을 이미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은 윤리강령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따르면 좋은 것'이라는 연성규범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월가를 지배하라' 등 자본주의 혁신논의가 심화되면서 2020년에는 모두에서 언급한 '다보스 매니페스토 Ⅱ'가 발표되기에 이른 것이다.
첫째, 제목부터가 강성 규범화되었다. 2020년의 논의테마로 그간 기업활동의 객체에 불과했던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전면에 등장하였고, 부제 또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업의 보편타당한 목적(universal purpose)'이었다. 당위론적인 기업의 목적에서 한층 강화되어, 기업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보편타당한 가치'로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기치로 내 건 것이다.
둘째, 기존에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일정 정도 조화(harmonize)시키는 정도에 안주했다면, 이제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연계(engage)하는 활동이 되어야 함을 천명하였다.
셋째, 지난번에는 없던 새로운 항목이 신설되었다. 바로 기업의 정의와 기업성과의 측정에 관한 내용이다. 기업에 대한 기존 정의를 초월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포괄적인 정의를 내세웠다. 기업은 바로 "경제적 이익집단 그 이상이어야 한다"라는 단순하면서도 포괄적인 정의를 신설하였다. 아울러 기업성과는 측정해야 하는데, 기존처럼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즉 ESG 목표의 달성도까지 측정해야 한다고 부기하였다.
이후 우리는 여러 선진기업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을 간혹 보게 된다. MS사의 전기 덜 쓰는 데이터센터를 위한 프로젝트 나틱(Natick)이나, 애플사가 2021년 초 발표한 1억 달러 규모의 인종차별방지책인 REJI(Racial Equity and Justice Initiative)가 대표 사례이다. 학문적으로도 새로운 자본주의 실천기업들을 고목적회사(High Purpose Company)로 새롭게 규정(레베카 핸더슨 하버드대 교수)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미중 갈등 등 경제지형상 격변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다보스 매니페스토 정신을 추종하는 기업의 행보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며 우리 모두 내재화해야 할 모범사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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