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치매치료제인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을 최종 승인했다. FDA에서 승인받은 두 번째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가 탄생한 것인데, 첫 번째 치료제였던 아두카누맙(상품명: 아두헬름)이 워낙 논란이 많았던 터라 같은 회사가 만든 두 번째 치료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더욱 큰 상황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0%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80여 개의 유전자들이 이 병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APOE라는 유전자가 가장 많이 연구된 유전자이고, 이 유전자에 관해 각 개인은 e2/e2에서부터 e4/e4까지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e4/e4 유형인 경우는 일반인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이 10배 이상 높은 편이며 평생 이 병에 걸릴 확률은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의 유전자 연구 결과 해석에서 언제나 유의해야 하듯, e4/e4인 사람은 반드시 병에 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안 걸린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 위험도를 말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POE 유전자가 e4/e4 유형인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건강정보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치매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한편 인구의 약 2% 정도가 e4/e4 유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e4/e4 유형인 사람의 경우도 비록 확률이 낮더라도 알츠하이머성 치매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APOE 유전자 외에도 많은 유전자들이 치매와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은 대부분의 치매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큰 유전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POE 유전자만큼은 아니지만 치매와의 관련성이 많이 연구되고 있는 유전자들로는 APP, PSEN1, PSEN2, MAPT, GRN, C9ORF72 유전자 등이다. 이들 유전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또는 타우 단백질과 연관되어 연구하고 있다. FDA가 승인한 첫 번째, 두 번째 치매치료제 모두 환자 뇌 속에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잔재들을 제거하는데 목표를 두고 개발된 약들이다.
그런데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잔재라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특징이 실제로 발병의 원인인가 하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이 있지는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높으나 인과관계는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들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중편소설은 200자 원고지 500매 정도를 말하는데 한글로 표기되는 음절 하나는 2바이트(byte)로 저장되므로 200자 원고지 1페이지는 400바이트라고 볼 수 있으며 500매짜리 중편소설 1권은 20만 바이트 즉 200킬로바이트(KB) 정도 크기의 파일이 된다.
200KB짜리 중편소설 1만5,000권이면 3GB가 되는데 이는 우리 세포 안에 있는 게놈 즉 인간 유전체 크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인간 유전체 정보는 수만 권의 책들로 채워진 도서관으로 비유해 볼 수 있고, 이 중 치매라는 뇌기능 이상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십 권이 아니라 수백 권 또는 수천 권의 책을 해석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유전자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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