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도쿄 출장을 통해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견제를 전략적으로 동시에 모색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히 정치적으로는 대립하고 경제적으로는 협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보다 복합적이고 세밀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후 일본은 '전략적(戰略的)'이라는 표현이 주는 부정적 인상 때문에 이 단어의 사용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2006년 이후 안전보장 맥락에서, 특히 중국에 대해서 '전략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1기 총리 시절인 2006년 중국 방문에서 사용된 용어가 바로 '전략적 호혜관계'였다. 그리고 여기에 관여한 인물이 당시 일본 외무성 중국과장이었던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다. 흥미로운 점은 아키바는 현재 일본의 국가안보 및 경제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이라는 점이다.
2006년 당시 '전략적 호혜관계' 표현의 등장은 중국위협론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중국의 GDP가 일본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었으며, 미국의 역내 힘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일본은 앞으로 어떻게 국제정세를 헤쳐 나가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으며,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전략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나름의 중국전략을 내놓았던 것이다.
최근 일본의 대중 전략은 말 그대로 전략적으로 보인다. 대립과 협력의 동시 활용이 특징이다. 대표 사례가 8월 초 아소 다로(麻生太郎) 자민당 부총재의 대만 방문과 8월 말 연립 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의 중국 방문이다.
자민당 부총재가 대만을 공식 방문한 것이 처음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소 부총재는 대만 방문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강력한 억지력이 필요하며 일본, 대만,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가 싸울 각오를 하는 것이 지역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을 자극할 만한 언급이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중국과의 소통유지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8월 말 공명당 야마구치 대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친서를 들고 방중 예정이다. 공명당이 기본적으로 아시아 외교를 중시한다는 점과 보통 분위기 조성 역할 담당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일 간 본격적인 화해무드에 돌입하기 직전인 작년 12월에도 야마구치 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의 위협이 상존한다는 대전제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일본 언론과 정부 내에서 중국을 다루는 어조는 많이 바뀐 느낌이다. 작년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 발표 전까지 일본이 중국의 위협을 강조했다면, 올해는 다음 과제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는 최근 우리 모습과 겹친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한미관계 강화, 한일관계 정상화 등 우방국과의 외교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인태전략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다음 단계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모색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간 우리도 보다 복합적이고 동시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일본은 미국의 태세전환을 걱정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갑자기 중국과 화해하게 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완전한 디커플링을 할 것이 아니라면 상호존중과 호혜의 원칙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도 보다 전략적으로 한중관계를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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