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는 그렇게 친숙하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정부로부터 심사를 받는다. KBS, MBC 등 지상파는 물론이고 JTBC, 채널A, MBN, TV조선과 같은 종합편성채널, YTN이나 연합뉴스TV와 같은 보도전문채널, 라디오 등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홈쇼핑채널의 경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최초 승인 또는 허가를 받고 매번 7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재승인 또는 재허가 심사를 받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민간 분야에 관여하여 기업과 개인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을 정부규제라고 하는데, 법률상으로는 '특정한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정부가 방송산업에 개입하는 근거로는 수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몇몇 개인이나 집단에만 일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즉, 방송전파, 이동통신사업을 위한 주파수 등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희소한 자원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대신 공익을 위해 서비스 제공의 일정 측면을 규제하려는 것이다. 방송국에 대한 심사는 방송법을 기준으로 하는데, 구체적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재정 및 기술적 능력',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그리고 '그 밖에 사업수행에 필요한 사항'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이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을 실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방송산업이 지금 정도의 수준과 성공을 이루는 과정에서 방송법을 바탕으로 하는 정부의 규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앞으로도 방송에 대한 이러한 규제가 적절하며, 균형적이며,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미디어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한 전통적인 미디어의 소비량이 예전만 하지 않고 유튜브,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OTT 서비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나타난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방송의 정의와 범위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
방송에 대한 규제의 기반은 2000년대 초에 기초가 만들어지고 여러 차례의 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방송법이며, OTT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방송법보다는 공적 책임이 느슨한 전기통신사업법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기존 방송사업자와의 비대칭 규제,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에 대한 규제 공백, 규제 중복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 방송법과 관련한 논의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이 공적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방송이 산업으로서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운영과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편파 방송이나 허위정보 방송을 예방하고 위반했을 경우에 벌을 주기 위한 제도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방송이 정치적으로 독립을 이루고, 산업적으로 자립과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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