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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인상 오레오 과자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응징

입력
2023.12.12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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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자류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자류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제뉴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란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줄이다는 뜻의 shrin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다. 지난달 경제부총리가 대형마트의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면서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는 식품업계의 꼼수 가격인상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면서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꼼수 가격인상에 대해 이번 달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중간투입물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최종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선택은 2가지다. 최종 제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아니면, 제품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떨어뜨려 원자재의 가격상승분을 반영하는 것이다. 제품용량을 줄이는 것이 슈링크플레이션이며,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스킴플레이션(skimflation)이다. 맥주 1캔의 용량을 줄이거나, 1봉지에 들어있는 핫도그의 개수를 줄이거나, 화장지 1롤의 장수를 줄이는 것이 전자의 예이며, 주스의 원액 함량을 줄이는 것이 후자의 예다.

기업들은 왜 가격인상보다는 양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할까? 정부가 물가상승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감히 어떻게 가격을 인상하겠는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답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직접적 가격인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양을 줄이는 간접적 가격상승에는 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가격이 올라간다는 의미에서 숨겨진 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경제부총리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꼼수 가격인상이라고 하지 않았나.

연구결과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제품량의 변화보다는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알려졌다.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자기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나가게 되므로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하여 소비를 줄인다. 반면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양만 줄이게 되면 그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자기 주머니에서 지출되는 돈이 변하지 않으므로 소비를 줄이는 정도가 직접적 가격상승에 비해 덜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이런 현상을 '화폐 환상(money illusion)'이라 했다.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명목소득이 줄지 않게 되므로 소비량을 줄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직접 가격을 인상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모르면서 저항도 덜한 양을 줄이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숨은 인플레이션인 슈링크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를 높여주고 꼼수 가격인상이라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첫걸음은 소비자들에게 용량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프랑스의 대형마트인 '카르푸'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인 제품에 대해 슈링크플레이션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가격이 인상되었음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업체에는 가격 정책을 제고하라는 메시지다.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은 그대로 둔 채 크림의 용량을 줄인 '오레오 쿠키'에 대해 SNS를 통하여 불만을 공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기업들은 가격인상을 주저하듯 양 줄이기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김형배 법무법인 더킴 공정거래그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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