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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란을 보며

입력
2024.03.09 0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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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누리센터에서 6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신당누리센터에서 6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최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확대되는 것을 유예해 달라는 중소기업계의 강한 요구가 있었고 실제 유예의 움직임도 있었으나 현재로서는 소강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당시 과정을 보자. 2018년 12월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사업자의 책임을 확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경영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했다. 그 직전에 서부발전 하도급 근로자가 혼자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것도 통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개정에도 불구하고 2020년 4월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38명의 근로자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발주처의 공사기간 단축 요구, 안전보건공단의 위험방지 보완조치 요구 경시 등의 복합적 원인으로 끔찍한 대형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이에 여러 시민단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운동을 하기 시작하고 주요 언론에서도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함에도 이러한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심층 보도를 했다.

당시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야당에서도 일부 국회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발의하는 등 그 필요성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여론이 움직이자 여당에서도 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전개됐다. 상당수 의원이 표결에서 반대 또는 기권을 했으나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은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호주, 캐나다도 우리나라의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법령을 갖고 있다. 기업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해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기업이나 기업의 대표 등 고위경영진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과 50~60년 동안의 급속한 산업발전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각종 지표, 외국인들의 인식에서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자부심은 유튜브 등 인터넷 공간에서도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산업발전을 위해 경제성장 이외 다른 가치들은 부차적인 것으로 소외시켜 왔다. 특히 산업안전 부문은 후진적 특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안전보건 조치의 미비로 산업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마당에 중소기업에서의 안전보건 조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산업현장 곳곳에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으나 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건 조치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기업은 생존,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므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안전보건 조치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기업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사고가 아니다.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한 안전보건 조치를 취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한 것까지 기업에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이러한 안전보건 조치의 필요성은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왔으나, 선진국이 된 현재에까지 아직 상당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 그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수정 보완하면 될 것인데 제대로 시행이 되지도 않은 채 유예된다면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용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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