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1960년대 출생자들이 본격적으로 노인이 되는 2025년부터는 매년 80만 명 이상이 새로운 노인 집단으로 분류될 것이다. 이러한 고령화의 상황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고 있으며, 이러한 노인 관련 사회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대응 속도는 더디다고 생각된다.
여러 가지 노인문제 중에서 최근에 부각하고 있는 것은 노인 관련 범죄문제이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노인에 의한 범죄는 큰 문젯거리가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살인, 강도, 방화, 성범죄 등 청장년층에서 나타나는 범죄 현상과 같은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범죄 관련 2023년도 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노인에 의한 범죄 비율이 5.3%에서 10%로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올해도 전체 범죄에서 노인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대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분석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노인범죄와 관련한 주요 원인은 노인의 빈곤일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검찰청의 분석에서도 그대로 확인되는데, 2021년도의 노인에 의한 재산범죄(절도, 횡령, 사기 등)의 발생비율은 전체의 11.5%를 차지하고 있다.
상습적으로 사기나 절도 등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필자가 교정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의도적으로 겨울에 교도소에 들어올 목적으로 절도범죄를 저지르는 노인의 사례를 본 적이 있으며, 교도관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종종 접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10위권 이내의 경제적 부유한 나라다.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 빈곤 등의 원인으로 인해 범죄로 빠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 강화에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빈곤 노인에 대한 촘촘한 사회복지적 지원을 강화함은 물론, 사회적 단절을 예방하는 정책들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일부 지방정부에서 AI를 통한 독신노인 대화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노인일자리 사업을 다양하게 만들어 경제적 지원과 함께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경찰, 검찰, 법원에서도 빈곤을 기반으로 발생한 노인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대신에 교육이나 복지적 지원을 권고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청년의 범죄, 장년의 범죄,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직업 범죄자의 범죄와 노인의 범죄는 범죄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 성격이 사뭇 다르다.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노년계층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 가족 해체로 인한 노인의 소외 현상, 빈부격차와 사회격차의 심화, AI 등을 기반으로 한 사회시스템의 디지털화 등이 노인범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일부 노인범죄에 있어서 직업적 범죄자, 사이코패스적 범죄자의 성격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노인 관련 경제범죄는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차별과 배척, 방치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발전시켰고, 이끌었던 선배 세대로서의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 사회적 지원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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