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인 1976년 초, 가요 프로그램 1위를 했던 노래가 있다. 송대관의 '해뜰날'이다. 오랫동안 무명으로 힘들게 살던 송대관은 자신의 힘겨운 청춘을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 '해뜰날'의 가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비켜라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이 노래는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 꿈꿀 수 있었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대표하는 음악이 되었다. 이 노래가 처음 불린 지 50년 가까이 지난 오늘의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사회"인 것일까?
부모와 자식 사이의 계층이동에 대해서는 '세대 간 이동', 자신의 당대 계층이동에 대해서는 '세대 내 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해뜰날'이 노래하는 세대 내 이동은 바로 노동시장 이동을 의미한다. 노동시장 이동은 직장 내 커리어 이동, 직장이동, 직업이동을 가리킨다. 노동시장 이동을 구성하는 세 가지 이동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먼저 직장 내 커리어 이동을 보자. 더 많은 임금과 숙련형성, 사회적 지위의 상승 등 의미 있는 커리어 이동이 가능한 노동자는 점점 더 대기업 종사자에 국한되고 있다.
직장이동을 보면,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은 신규 입사자의 60%에 불과하고, 1년 동안 고용이 유지되는 비율은 40%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근속연수 1년 미만 노동자 비율이 주요 국가들 가운데 한국이 가장 높다. 빈번하게 직장을 이동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청년, 저임금노동자, 비정규직들이다. 그러나 한번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가지게 되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혁신과 글로벌화, 서비스 경제화에 따라 자신의 직업이 쓸모없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직업을 바꾸는 직업이동의 정도도, 직업이동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하는 상향 이동을 하는 비율도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낮다.
이처럼 점점 더 한국사회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입사한 근로자들만이 고용안정성과 높은 임금, 양호한 커리어 전망의 기회를 누리는 '그들만의 1부 리그'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1일 정부는 '사회이동성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사회이동성 저하 요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 일자리 상향 이동 사다리 약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일자리·소득격차 고착화를 들었다. 1차 개선방안으로 △일자리 △교육 △자산형성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세부 내용을 담았다. 일자리대책으로는 '취준생·니트를 위한 청년고용 플랫폼 구축', '기업수요 맞춤형 직업훈련 개편',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재취업 지원' 등이 담겼다.
오랫동안 국제비교연구를 통해 노동시장 이동을 연구해온 토머스 디프렛(Thomas DiPrete) 컬럼비아대 교수에 따르면 이동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동시장 구조와 EPL(고용보호) 제도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다.
상향 이동률을 높이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하는 한편 저성과자 해고조차 어려운 EPL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추후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에 담기길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