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이란, 어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기호, 문자, 몸짓, 언어 등 상징을 이용한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 협동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글머리에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 이유는 '미디어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사회적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다.
컴퓨터나 텔레비전, 스마트폰 같은 미디어와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 마치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사회적이며 자연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바이런 리브스, 클리포드 나스 등은 1990년대부터 이런 주장을 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은 ‘미디어도 사회적이고 자연적인 규칙을 잘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기계ㆍ기술인 미디어가 마치 사람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래서 미디어도 사회적인 규칙ㆍ규범을 따르기를 원한다.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미디어를 사람인 것처럼 비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독일의 BMW는 새로운 5시리즈에 첨단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능인 운전자를 위한 ‘음성 안내 서비스’를 탑재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최고의 정확성과 기능성을 제공, 절정에 이른 독일 엔지니어링을 상징할 것으로 기대됐다. BMW는 특히 상냥하고 명료한 여성 목소리가 운전자에게 더 편안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여성 목소리를 내비게이션에 담았다. 하지만 이것이 말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센터에 다수의 불만이 접수됐고 BMW는 이 내비게이션 차량을 리콜하기에 이르렀다. 독일 남성들이 ‘여성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운전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고객 상담원들이 “그 목소리는 녹음된 기계음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독일 운전자들은 끝까지 “여성이 안내하는 방향을 믿을 수 없다”며 굽히지 않았다.
이처럼 사람들이 미디어를 인간으로 인식하고, 미디어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려는 속성이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미디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인간-미디어 간 상호작용이 생각보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웬만한 미디어 기술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비록 기술적으로 부족하고 어색하더라도 사회적 규칙이나 규범만 지켜준다면 사람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이슈가 되는 생성형 인공지능, 인간의 형태나 특징을 지닌 로봇이나 기계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수용성이 기술의 완성도에 기반하기도 하겠지만 상당한 부분 인간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수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즉 높은 기술을 가졌으나 사회적 규칙이나 규범에 어긋나는 서비스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정교하고 낮은 기술적 수준을 가졌더라도 사회적 규칙이나 규범에 더 일치하는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더 쉽게 수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인간과 미디어의 경계는 점점 무너질 것이며, 우리는 미디어와 더 많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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