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1일 대선후보 사퇴를 발표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그 자리를 넘겼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다소 늦었지만,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8월 2일 해리스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되었다. 며칠 뒤인 6일에는 자신의 부통령 후보로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를 지명하고, 본격적인 동반 유세를 시작했다.
해리스는 전형적인 엘리트인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대중주의적 성향이 강한 인물로서, 트럼프에 맞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연설은 간단한 단어로 이루어져 이해하기 쉽고, 트럼프에 대한 비판도 '그냥 이상하다(plain weird)'처럼 간결하다. 트럼프 공화당으로 넘어간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도 되찾기 위해 미국 서민과 친화력이 강한 월즈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11월 초의 미국 대선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며, 해리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당선된다면, 그녀의 외교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까.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이미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해리스 후보는 아직 공식적인 정책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마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 토론에서 자신의 정책을 공개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해리스 외교정책은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강하지만, 그녀와 바이든 간의 차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명한 국제정치평론가인 이안 브레머(Ian Bremmer)는 바이든 대통령이 냉전기 중반부터 활약한 인물로서, 국제정치를 흑과 백으로 나누어보며, 상대 지도자와 일대일 회담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해리스는 탈냉전기에 등장한 세대의 일원으로서 진영구분에 보다 유연성이 있고, 일대일 회담보다는 여러 지도자와 함께 모여 국제규범과 규칙을 논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정치적 성향을 본다면, 해리스는 당내 진보주의의 영향으로 인도주의 이념과 가치를 중시한다. 서구 자유주의 전통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급진적이지는 않지만, 해리스 후보는 미국 민주당 내 진보주의 세력의 일원으로서, 이들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단과 같은 요구를 받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해리스의 외교정책은 바이든의 외교와 큰 차이는 없겠지만, 해리스의 개성에 따라 새로운 양상을 보여줄 수 있다. 우선, 해리스의 당선 시에는 다자주의가 확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미국과 동맹국, 우방국 간의 다자협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해리스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폭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6차례나 회담을 가지며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만큼, 대통령 취임 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러시아가 이에 맞서 북한과 군사협력을 강화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동안 북러협력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의 승자를 단언할 수 없지만, 해리스 당선 시에는 한미관계 관리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동맹 및 우방에 대한 다자주의 외교에 익숙해질 필요는 있겠다. 나토 및 우크라이나와도 적절한 협력을 이어가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위험한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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