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 이후
①격앙된 민주당: 집회 등 여론전에 내부 단속
②의연한 이재명: "결코 죽지 않는다" 강조
③기대하는 비명: 초일회 '3김' 초청 강연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표정이 혼란스럽게 교차하면서 동요하는 분위기다. 당은 주말 장외 집회로 정부를 향해 날을 한껏 세우면서 격분했고, 이 대표는 "죽지 않는다"며 애써 의연한 모습을 유지했다. 반면 원외 비이재명(비명)계는 이 대표의 리더십 균열을 노리며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다.
①격앙된 민주당: 여론전 집중하면서도 내부 단속
민주당은 15일 선고 이후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17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판결과 관련, "지금까지 진행돼온 검찰의 악의적 수사와 기소에 대해 재판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판결이 이뤄진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판결의 정략적 의도와 부당함을 호소하면서도 판결을 내린 재판부보다는 수사·기소를 담당한 검찰에 공격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법부를 압박해온 기존 전략이 역효과를 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작용했다.
이어 백현동 발언 회의록을 배포하며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다만 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죽이기 정치판결"이라면서 재판부의 법리 문제를 여전히 물고 늘어졌다.
민주당은 16일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에 더해 우천 장외집회를 강행했다. 고강도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되 내부 단속으로 전열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연석회의에 나선 전현희 최고위원은 판결의 부당함을 참석자들에게 설명했고, 원내·외 인사들은 줄지어 향후 대응방안과 단일대오를 역설하며 힘을 실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소추(박수현 의원)나 임기 단축 개헌(김태형 서울 강남갑 지역위원장)을 주장하는 격한 발언도 등장했다.
광화문 장외 집회에는 당 자체 집계 기준 30만 명(경찰 집계 2만 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수용을 촉구하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야5당이 공동 주최하는 성격이었지만 이 대표 판결 관련 발언도 비중 있게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단에 올라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검찰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한 정치판결"이라며 "이 대표의 정치 생명만 없애면 자신들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②의연한 이재명: "죽지 않는다" 발언은 불안함 발로?
당사자인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격정적인 언사를 자제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대표가) 재판 당일에는 무죄를 확신했던 만큼 많이 당황해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숙명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17일 비공개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전날 집회에 참석해 "이재명은 팔팔하게 살아 있다. 결코 죽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 기조에 맞춰 다음 주 민생연석회의를 비롯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김건희 특검 정국에 집중하면서 검찰 특별활동비를 포함해 정부의 깜깜이 예산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본연의 임무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핵심 쟁점은 특검이다. 이 대표 역시 15일 판결 직후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본인의 문제로 당에 소란을 끼친 점에 미안해하면서 특히 김건희 특검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는지 우려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③기대하는 비명: 3김 초청 강연으로 몸풀기
박용진을 비롯해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모인 '초일회'는 곧장 행동에 나섰다. 차기 대권에서 이 대표의 대안으로 꼽히며 소위 '3김(김부겸·김동연·김경수)'으로 불리는 인사들을 순차적으로 초청해 강연을 듣기로 했다. 내달 1일 김부겸 전 총리의 미국 대선 관련 강의를 시작으로, 내년 1월에는 김동연 경기지사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단계까지는 섣불리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 일극체제가 위기를 맞았지만 당장은 이 대표를 구하려는 당내 구심력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1심 선고 당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가장 먼저 재판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며 이 대표를 옹호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까지 유죄로 나오면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파장이 증폭되는 만큼 상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초일회 측은 향후 계획에 대해 "민감한 시기라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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