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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서술 구조... 다양성 그린 어린이 로맨스" [동화 심사평]

입력
2025.01.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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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평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를 맡은 김지은(왼쪽), 김민령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가 응모작을 살펴보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를 맡은 김지은(왼쪽), 김민령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가 응모작을 살펴보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12·3 불법 계엄 이후 사흘 만에 치러진 심사는 무겁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진행되었다. 쌓여 있는 응모 동화를 읽는 동안 폭력과 거짓의 세계는 저만치 물러나고, 씩씩하고 명랑한 어린이들과 당연하게 세상의 한자리를 차지한 동물들과 사물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졌다.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고루 섞여 있었으나 여전히 익숙한 의인화 동화와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문장과 장면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늘어서 전반적인 완성도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한정된 분량 안에서 이야기를 펼쳐놓고 솜씨 좋게 매듭짓는 일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가 흐지부지되거나 성급한 마무리로 안타까움을 산 작품들도 상당수였다.

논의 대상에 오른 작품은 ‘거북이 무니 되찾기’ ‘멸종하지 마, 사우루스’ ‘동생 만나기 직전’ ‘돌돌’ ‘나의 우주 별사탕’ 다섯 편이었다. 잃어버린 반려 거북을 찾는 이야기를 다룬 ‘거북이 무니 되찾기’, 공룡 화석 찾기 놀이와 아동학대를 은유적으로 배치한 ‘멸종하지 마, 사우루스’, 하나뿐인 칼림바를 나눠 쓰는 남매의 우애를 보여준 ‘동생 만나기 작전’ 모두 짜임새가 있고 단정하게 잘 쓰였지만 독자의 눈을 확 잡아끄는 매력을 찾기는 어려웠다.

오랜 시간 고민하게 만든 작품은 ‘돌돌’과 ‘나의 우주 별사탕’이다. ‘돌돌’은 스스로 달팽이 등껍질을 지고 있다고 여기는 주인공이 전학 간 학교에서 새 친구들을 만나 오해와 화해를 겪는 이야기다. 강박적으로 자기 기준을 고집하는 친구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친구들 캐릭터가 다정하고 모든 장면이 자연스럽고 생생하다. ‘나의 우주 별사탕’은 머릿속에 천문학 지식을 가득 담아두고 모든 상황을 우주에 빗대어 생각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책 좋아하고 시 쓰는 남자아이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가상의 인공지능과 주고받는 대화가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주며 처음에 반목하던 아이들이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결말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어린이 로맨스다.

두 작품 모두 신경다양인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장애 여부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에 서투르고 자기 세계가 지나치게 확고한 어린이 인물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해 자기 이야기를 펼쳐놓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울 뿐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각각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주고 있어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다. 안정감과 새로움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오랜 논의 끝에 참신한 이야기의 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나의 우주 별사탕’은 무척 실험적인 서술 구조를 갖고 있는데도 주의를 집중시키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기본기에 대한 우려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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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김민령(대표 집필)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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