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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생존에 대한 절규에도 웃음 잃지 않고 개성 빛났다" [희곡 심사평]

입력
2025.01.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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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심사평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심사위원 김재엽(왼쪽)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와 정진새 연출가 겸 극작가가 심사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심사위원 김재엽(왼쪽)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와 정진새 연출가 겸 극작가가 심사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서 총 125편의 희곡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앞에 놓인 희곡들은 대체로 젊은이들의 생존에 대한 절규처럼 느껴졌다.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취약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고, 과도한 관계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희곡 속 등장인물들은 파국이 되어버린 세상을 마주하거나 돌파하지 못한 채 그 ‘다음의 파국’을 맞이하였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희곡’은 예술로 오롯이 서지 못하고, 시대적 고발에만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중에 작가로서의 성찰과 재주가 돋보이는 작품이 ‘이기적 알고리즘’ ‘은주네 세정이’ ‘그저 그런 슬럼’ ‘아버지가 죽지 않는다’ ‘마의 기원’ 이렇게 다섯 편이었다.

작품성과 경향성을 살피는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새삼 ‘무대 글쓰기’의 기본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비록 가상이겠지만) 주거와 생존이 무너진 ‘공간’ 위에서 ‘인물’은 희미해지고 있고, 그리하여 시대상과 세계관만이 작품에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이 읽는 내내 지속되었다. 동시대 희곡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회의감이 드는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간 작품으로 ‘이기적 알고리즘’과 ‘마의 기원’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작품들은 각각 ‘공상과학(SF)’과 ‘무협’이라는 장르적 특질을 활용하여, 현실을 벗어나는 동시에 중첩시키는 고도의 극작술을 구사하고 있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도 인상적이다. 두 작품 모두 무대 위에서 그 매력과 개성이 더욱 빛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이기적 알고리즘’의 경우에는 결말 부분이 다소 아쉬웠고, 고심 끝에 ‘마의 기원’을 선정하였다. 지금, 여기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정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문제의식과 전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최종까지 논의된 다섯 작가와 언급된 작품 모두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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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김재엽 정진새(대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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