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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시신 송환

입력
2025.02.25 16:00
수정
2025.02.25 17:17
26면
2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 이스라엘 여성이 지난 22일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인질로 잡혔다가 시신으로 돌아온 시리 비바스와 그의 두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추모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한 이스라엘 여성이 지난 22일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인질로 잡혔다가 시신으로 돌아온 시리 비바스와 그의 두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추모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합의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인질 4명의 시신이 지난 20일 송환됐다. 이 중에 남부 니르오즈 집단농장에서 납치된 시리 비바스(당시 32세)와 그의 두 아들 아리엘(4세), 크피르(9개월)가 포함됐다. 가자전쟁의 최연소 인질인 크피르를 포함한 비바스 가족은 하마스의 무도함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감식 결과 비바스의 시신이 신원 미상 여성으로 확인되면서 이스라엘 여론이 들끓었다. 하마스가 수습 과정의 혼선을 주장하며 진짜 시신을 보낸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북한은 2002년 1차 북일 정상회담 당시 일본인 납치를 인정·사과한 데 이어 2004년 2차 북일 정상회담 이후 피해자 중 한 명인 요코타 메구미 유골을 일본에 송환했다. 그러나 일본 측 감식 결과 다른 사람의 DNA가 발견되면서 북일 화해무드는 급랭했다. 대북 여론 악화에 따라 일본 정부는 메구미가 산후 우울증으로 1994년 자살했다는 북한 발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지금껏 메구미로 상징되는 납치 문제가 북일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인 배경이다.

□ 2011년 북한은 한국전쟁에 참가했다 전사한 영국군 전투기 조종사 데스몬드 힌튼의 유해를 송환했다. 3개월 뒤 주북한 영국대사가 "짐승의 뼈로 밝혀졌다"고 전하자, 북한 외무성은 양국관계가 틀어질까봐 안절부절못했다. 주영 북한공사 출신 태영호 전 의원의 회고록에 따르면, 영국대사에게 "유해 발굴 기관에 DNA 감식 장비가 없어 생긴 일 같다"며 해명했고 영국 측은 "고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문제를 키우지 않았다.

□ 전쟁 등으로 인한 인질, 시신 송환은 인도주의와 신의성실에 입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 정치 선전, 국교 수교, 물질적 대가 등 과도한 목적을 개입시키면 불신을 초래해 갈등의 촉매가 된다. 하마스의 가짜 시신 송환이 의도적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분명한 건 이번 논란과 하마스가 송환 직전 인질에게 감사 연설을 강요하는 행위 등이 어렵사리 합의된 휴전협상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회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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