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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019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장하 선생이 안 계셨더라면 판사가 못 됐을 것”이라며 “그분 말씀을 실천하는 것을 유일한 잣대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학업을 이어가기 힘들었던 자신을 도와준 김 선생을 언급한 것이다. 김 선생은 경남 진주에서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왔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2023년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선행이 알려졌다.
□김 선생은 중학교를 간신히 마치고 한약방 점원으로 일해야 했다. 1962년 처음 시행된 한약종상 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해 한약사가 됐다.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은 오직 가난이었다”며 버는 족족 장학금으로 내놨다. 1984년 100억 원이 넘는 가산을 모두 털어 진주명신고를 설립했고, 8년 뒤 사회에 환원했다. 2021년에는 남은 재산 34억여 원까지 경상국립대에 기부하고 맨몸으로 돌아갔다.
□지역사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김 선생도 이념 공세는 피하지 못했다. 1999년 가정폭력 피해여성 피난시설 지원이 문제 됐다. ‘여성 인권’이란 말을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던 사회 분위기에 짓눌렸다. 민족문제연구소를 후원하자 “어디서 빨갱이가 설치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양심에 따른 선택의 대가였다. 70년 지기 최관경 부산교대 명예교수는 “장하의 일관성 있는 삶은, 말은 쉬워도 긴장의 연속 아니었겠냐”고 말한다.
□‘빚을 갚으려거든 이 사회에 갚으라’는 김 선생 말을 좇은 문 재판관도 이념 공세에 시달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극우 진영이 우리법연구회 회장 경력을 근거로 좌편향을 문제 삼는다. 6년 전 인사청문회 때와 반대다. 민주당은 “동성혼 반대” 등 보수적 소신을 우려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자질과 능력, 도덕성에서 적격”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법관의 양심을 진보·보수라는 도식적 이념 틀로 규정짓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특정 집단의 이념이 개인의 양심을 억누르는 걸 방치해서야 우리 민주주의가 어떻게 건강하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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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드물다. 여기, 닮고 싶은 참 어른 김!장!하!
노인은
얕고 알량한 지식, 빈곤한 철학으로 그 긴 세월에도 통찰이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그저 오래만 살았다면 ‘노인’이다.(이승환 曰)
꼰~대는
태극기 들고 다니면 꼰~대(또~ㅇ과 된장을 구분하나 자아도취된 인간 : 요양원장 曰)
틀~딱은
태극기와 성조기 & 일장기를 들고 다니면 틀~딱(땅 위에 있으나 땅 속에 있으나 똑같은 인간 : 저승사자 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