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 DSR 강화 전 '막차' 인식
생애 첫 주택 등기 신청, 서울서 급증

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마포구 일대. 뉴스1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하면서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현상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대출 강화로 한때 움츠러들었던 수요가 주택 공급 부족, 부동산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 복합 요인으로 무리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전국에서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아파트,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한 매수인 수는 3만2,667명에 달했다. 계엄 사태와 정국 불안정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생애 첫 매수인이 2만 건대로 급감했던 전월(2만7,992건)보다 16.7%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서울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달 서울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인은 4,058명으로, 한 달 전(2,812명)보다 44.3%나 늘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권이 잇따라 금리 인하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요자들 사이에선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주택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다시 예고된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집값 움직임도 심상찮다. 한국부동산원의 3월 첫째 주(3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 전보다 0.14% 올라 5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대상인 강남3구가 있는 서울 동남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3일 0.06%, 10일 0.1%, 17일 0.24%, 24일 0.36% 상승한 데 이어 이달 3일에는 0.48%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잠잠했던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는 뜻이다.
"상급지 교체·DSR 강화 전 구입 수요 발현"
주택 수요가 급증하며 '영끌'이 재현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2021년 집값 급등기를 경험한 청년세대에서 "어떻게든 한 채는 사야 한다"는 심리가 다시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서울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인 중 2030세대 매수인은 1,214명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라 불려온 4050세대(833명)보다도 1.4배 많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업무 담당자는 "주담대 문의가 확 줄었다가 최근 30대 고객들을 중심으로 다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가 서울을 중심으로 당분간 확장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영끌 현상이 수년 전처럼 전국 단위로 확산하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변 주택을 대상으로 상급지 교체수요가 있는 데다 3단계 DSR 적용 전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는 이들도 나와 '영끌' 수요 발현이 일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하기엔 한계가 있어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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