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미지답 울산 포럼] 울산시장 인터뷰
원자력발전소에 대규모 산단 등 갖춰
이미 '지산지소'… 전력 자립도 102.2%
분산특구 지정 시 전력 직접거래 가능
전력 다소비 기업 이전… 균형발전 기대
전문 인력 등 관련 인프라 확보는 과제

김두겸 울산시장은 1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선정을 통해 산업수도 울산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울산시 제공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내는 공공요금 중 단일가격이 적용되는 항목은 전기가 유일하다. 수도나 가스는 물론 대중교통, 쓰레기 처리비용도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전기요금은 전국 팔도가 똑같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전기료를 온전히 시장경제 논리로 결정할 수는 없다 해도 환경오염과 재산 손실 등 전력생산지역 주민들이 겪는 수많은 피해를 감안하면 단일요금체계는 사실 형평성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더구나 생산은 지방에서, 소비는 주로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지금의 중앙집중식 전력 생산·공급 구조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지난해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은 이 같은 에너지 수급의 근본적인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구조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지정 예정인 '분산에너지특화지역'에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상대적으로 설비용량이 적은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한국전력공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특례가 주어진다.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해 전국 지자체들이 특화지역 공모를 준비하는 가운데 울산시도 일찌감치 도전장을 던졌다. 오는 26일 '2025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울산 포럼'을 열어 울산이 특화지역으로 지정돼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특화지역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한다.
포럼에 앞서 지난 11일 울산시청에서 만난 김두겸 시장은 "분산에너지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업은 물론 지역민들도 수도권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산업수도 울산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핵심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11일 울산테크노파크에서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을 추진하는 '분산에너지지원센터' 발족식이 열리고 있다. 울산시 제공
-시장 취임 직후부터 분산에너지법 제정에 공을 들였는데.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는 울산을 비롯해 경북, 부산, 전남 등 이른바 U벨트에 몰려 있는데, 전력 소비처는 주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긴 송전선로를 통해 전력을 받아 쓰는데도 지방과 같은 요금을 낸다. 불공평하다. 그래서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국회 지역균형발전포럼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공론화했고, 국회와 정부 등을 설득하며 분산에너지법 통과를 주도했다. 분산에너지법 45조에 '사업자는 국가 균형발전 등을 위해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못 박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근거도 확보했다. 법 제정 이후에도 핵심 내용인 특화지역 선정을 위한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분산에너지 조례를 제정하는 한편 전국 최초로 '분산에너지지원센터'를 발족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을 노리는 지자체가 많은데, 울산의 강점은.
"에너지 공급 구조를 중앙집중식에서 분산형으로 바꿔 각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국가 전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분산에너지법의 목적이다.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한 전력 생산지이자 미포·온산 국가산업단지 등 대규모 수요처를 둔 울산은 2022년 기준 전력 자립도가 102.2%로 전력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 또한 지난해 11월 완공된 울산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은 분산에너지 발전의 주원료인 천연가스와 석유 등 총 575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동북아 에너지 허브'다. 오는 2030년까지 새울원전 3·4호기와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등 총 9기가와트(GW)의 신규 전원이 추가되면 울산의 설비용량은 15.6GW로 늘어나 대규모 전력소비산업 유치에 필요한 전력 기반을 갖추게 된다."

지난해 11월 14일 울산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준공식에서 김재균(왼쪽부터) 울산항만공사 사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김두겸 울산시장, 윤병석 SK가스 대표, 박현규 KET 대표, 조승일 대우건설 본부장이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가스 제공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생기나.
"전력시장인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기 공급이 가능해진다. 이는 요금이나 공급 조건 등을 개별 협의할 수 있어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세계 전력 소비량은 해마다 4% 이상 증가 중이고,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력 소비가 많아 증가 폭이 더욱 크다. 울산이 미래 산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나 이차전지도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업종이다. 이런 상황에 전기를 싼값에 제공하면 기업은 비용 절감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큰 기업들의 이전이나 투자 활성화도 기대된다. 나비가 꽃을 찾아오듯 기업들이 울산으로 몰려들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도 증가할 것이다."
-기업을 유치하려면 전문 인력 공급 등 제반 여건도 개선돼야 한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사업 등 울산 소재 대학들과 연계해 해당 분야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등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이 늘어나면 전문 인력도 자연스레 유입될 것으로 보고 지금은 제도적인 부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현재 기업이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면 법인세를 감면해 주지만, 이전한 본사의 직원 수가 전체 임직원의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현실성이 없다. 세법을 개정해 수도권과의 거리에 따라 본사에 근무하는 임직원 비율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 수도권과 가까운 대전·충정권의 경우 40%, 그 외 지역은 20% 등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단지 토지를 매입한 뒤 3년 이내에 건축을 시작해야 취득세를 감면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도 매입 후 5년으로 연장해 기업들이 투자계획에 맞춰 토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비롯해 기존에 시행 중인 기업 현장 인력 파견과 인허가 기간 단축, 각종 세제 혜택 등도 세심하게 챙기겠다."
-기회발전특구와 연계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기회발전특구 내 창업 기업이나 신설 사업장에는 법인세를 5년간 최대 100% 깎아주고, 취득세와 재산세도 5년간 100% 면제 이후 추가로 5년간 50%를 감면해 준다. 울산은 지난해 11월 미포‧온산국가산단, 하이테크밸리 일반산단, 울산북신항 등 총 420만㎡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미포‧온산 국가산단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도 추진 중이다. 유치에 성공하면 다양한 세제 혜택과 합리적인 전기요금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단계적 시행 예정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에 대한 입장은.
"옳지 않다. 정부는 내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어 우선 시행하고, 이후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세분화하겠다고 한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수도권 전체를 묶어 전기요금을 인하하면 혜택의 폭이 미미하고 '생산지 요금을 더 싸게'라는 특별법 제정 취지도 무색해진다. 수도권-강원-충청-영남-호남·제주 5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고, 전기요금 산정 시 지역별 발전단가를 포함한 총괄 원가도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울산은 전기요금이 낮아지는 만큼 국가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더욱 기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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