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빠져나가고 있다. 스타벅스는 고객 서비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줄이고 메뉴에서 여러 음료를 없앨 것이라고 발표했다. AP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드뉴스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해부터 소리 소문 없이 사업체를 접는 플라잉 타이거, GAP, TGI 프라이데이, 스무디킹 등 글로벌 기업 목록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보고 슬퍼할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정말 아끼던 기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글을 읽으며 난생처음 들어보는 가게가 있거나, 전혀 아쉬움이 남지 않은 경우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GAP의 머플러를 사랑했고 프레쉬의 립밤을 사랑했으며 메이블린 뉴욕의 마스카라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게시물의 댓글에는 각자의 아쉬움을 남겼다. 기업과 그들을 좋아해주지 않는 대중들에 대한 원망도 빼곡했다. 때문에 글을 보며 나도,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물건은 단종을 면치 못하며 한국에서의 지독한 매출 부진으로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하는지 답답했다. 역시 정치만이 다수결이 아니다. 소수란 언제나 경제적으로 포기당해야 할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
물론 '대중픽'의 취향을 가져도,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좋아하는 것을 포기당하는 일도 흔하다. 며칠 전 미국의 스타벅스가 인기음료 프라푸치노의 제조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단종을 선언한 적이 있다. 프라푸치노를 좋아하는 전 세계인은 그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가 얼마나 고객 친화적으로 커스텀을 해줄 수 있는지에 관한 지표가 되기도 했으며, 사람들은 자기만 가질 수 있는 프라푸치노 레시피를 공유하며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다. 그런 프라푸치노의 종말이라니, 나는 어쩐지 앞으로 스타벅스에서는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맞춘 커스텀보다는 정해진 메뉴에서 더 맛을 끌어올리겠다는 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발표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프라푸치노의 종말'은 다음의 스타벅스를 위한 신호탄처럼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도약을 하려면 옛것을 버리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된 요즘, 사람들은 각자 어디에 취향의 방향을 틀어 놓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프라푸치노와 철수 기업으로 생각해보니, 역시 인기는 영원하지 않고, 때문에 절대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반대로 뒤집어 보면 언제든 비인기도 버티다보면 대세가 될지 모른다는 말과도 같다. 나만 아는 가게가 어느 날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을 때, 마라탕이나 평양냉면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몇 번이고 좋아질 때까지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듯, 나는 소수가 똘똘 뭉쳐 결국 다수가 되어 이기는 여러 이야기들을 안다. 좋아하는 가게들을 한국에서 떠나보내며, 이렇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때문에 묻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소수인가? 아니면 다수가 될 소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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