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저격' 로넨 바르 해임 결정
중앙집권화 몰두… 지상전 재개
끝없는 전쟁에 내부 피로감 극심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이 지난해 5월 13일 예루살렘 헤르츨산 군인 묘지에서 전사한 군인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정보기관 신베트의 수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하마스 기습을 허용한 근본 원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저격한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을 경질한 것이다. 네타냐후 정권의 독주에 반발하는 이스라엘 시민 시위에 따른 내홍까지 격화하며 가자 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진 모습이다.
네타냐후 내각, 논란의 신베트 수장 해임 결정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에서 네타냐후 총리 내각이 바르 국장을 만장일치로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정부가 국가 안보기관의 수장을 경질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해임 사유로 "신뢰 부족"을 들었지만, 최근 신베트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후 두 사람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신베트는 지난 4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사태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 공격 전 1년 동안 수차례 신베트의 경고를 무시했다"며 "사실상 하마스 세력 강화를 묵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을 통해 국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정치 생명을 연장한다고 지적받아온 네타냐후 총리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바르 국장이 네타냐후 총리실 인사들의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하면서 양측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이에 바르 국장은 "내각이 이해 상충으로 오염됐다"며 총리실 뇌물 수수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신베트의 조사를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TOI는 "네타냐후가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신베트를 자신의 세력으로 채우고, 안보기관을 정치화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스라엘 대법원이 내각회의 결정 효력에 제동을 걸면서 해임 절차는 잠시 중단된 상태다. 법원은 21일 가쳐분 신청을 받아들여 "심리 진행에 따라 다음달 8일까지 해임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네타냐후 내각은 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는 바르 국장을 해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공세를 재개하며 군사 작전을 펼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소지품을 들고 이민을 떠나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反네타냐후 시위 확산... 극심한 내홍
이스라엘에선 이달 1일 1차 휴전 만료 이후 사실상 재개된 전쟁 피로감과 함께 네타냐후 정권에 반대하며 휴전을 촉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NYT는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자국의 민주주의가 점점 더 취약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예루살렘 관저 주변과 텔아비브 등지에서 시위가 거세지자 물대포를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휴전을 향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 이집트 접경도시 라파의 샤부라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 테러 시설을 해체하는 등 지상전을 시작했으며, 가자지구 전역에도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하마스 또한 휴전 파기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로켓을 발사하며 전면 대응에 나섰다.
전쟁 재개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수는 급증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17일 이스라엘의 공습 재개 이후 사흘간 사망자가 최소 59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새벽이나 밤 시간대에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공습이 집중되면서 대부분 사망자가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