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SDI 유상증자를 두고 심사도 하기 전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뉴스1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손쉬운 자본 조달 방식인 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으로 일정 정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폐해로 지목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유상증자를 깐깐하게 보겠다며 심사 강화 방안을 내놓은 건 그래서다. 그런데 정작 이복현 금감원장은 대기업 계열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공시하자마자 심사도 하기 전에 “엄청나게 긍정적”이라는 극찬을 내놓았다.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제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회사 측은 글로벌 방위산업과 조선해양 거점 확충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을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이상한 행보다. 금감원은 공시 직후 자료를 내고 중점심사 대상으로 심사하겠다면서도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한발 더 나갔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 결정을 한 것인 만큼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결론을 내놓고 심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발언이다. 이 원장은 앞서 2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삼성SDI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물론 미래 투자에 돈을 쓰는 것이라면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외엔 자금조달 방법이 없었는지, 주가가 고점을 찍자마자 기습적으로 발표해 주주 피해를 키운 건 아닌지 비판도 비등하다. 국회를 통과한 상법 시행에 대비해 서둘렀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어제 주가가 13% 폭락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금감원이 불과 한 달 전 유상증자 중점심사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180도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금감원은 주식가치 희석화,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댔다. 이제는 대놓고 유상증자를 치켜세운다. 의도적으로 기업 편을 든다는 의심이 드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면서 금감원이 밸류업을 말할 자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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