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51) 유시어터 대표와 송승환(45) ㈜PMC프로덕션 대표이사는 요즘 더욱 바빠졌다.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와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의 제작자로 자리를 굳힌 이들이 연기생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 드라마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7월1일 첫 방송하는 MBC 월화드라마 ‘고백’(극본 이 란, 연출 임화민)은 성공한 배우 겸 공연제작자인 두 사람의 장외대결이라는 점에서 단연 관심을 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 야외휴게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유인촌=“승환아, 오랜만이구나. 드라마 촬영이 시작된 지 10일이 지났는데 연락 한번 못해 미안하다. 내가 이렇게 산다. 요즘 미니시리즈는 이렇게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냐? 쉴 틈을 전혀 안주더라. 7, 8년 만에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니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 동안 MBC ‘전원일기’와 KBS ‘역사스페셜’에만 출연하지 않았냐.”
송승환=“요즘 다 그래요. 연출가와 스태프의 체력과 정신력 하나는 알아줘야 해요. 그런데 남들이 ‘고백’을 불륜 드라마라고 하는데 맞아요? 내가 볼 땐 그냥 40대 남자들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같던데요.”
유=“맞아. 그냥 사랑에 매달린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야. 나는 소아과의사 정윤미(원미경)의 남편 오동규, 너는 전업주부 이정희(이응경)의 초등학교 친구 윤도섭 역을 맡았지. 오동규가 비록 젊은 뮤지컬 배우 최영주(정선경)을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아내와 이혼해 정식 결혼까지 올리니까 불륜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거야.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땐 나도 불륜이 마음에 걸렸는데 그냥 사랑에 빠진 남자 역을 맡았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구.”
송=“저도 마찬가지에요. 이정희가 남편 박상일(강석우)을 버리고 저에게 매달리기는 하지만 그건 순수했던 첫사랑의 기억 때문일 거예요. 지금 40대 남녀 중에 첫사랑의 추억 하나쯤 없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새 사랑을 찾아가는 게 과연 불륜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건 그렇고 형과 나는 극중에서 어떻게 연결이 되죠?”
유=“같은 고등학교 밴드부 선후배였다고 하던데. 어쨌든 능력 있는 제작자인 너와 같이 연기하게 돼 영광이다. 우리 연극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너 아니냐? 그리고 요새는 영화도 제작한다며? 그리고 나이는 내가 많지만 연기경력으로는 네가 선배일걸?”
송=“연기로 따지면 제가 선배죠. 인촌이형이 1970년 실험극장을 통해 데뷔했고 저는 65년 KBS라디오 성우로 데뷔했으니까요. 그리고 형 말대로 요즘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 제작으로 정신이 없어요. 배두나와 김태우가 나오는 영화인데 9월13일 개봉할 예정이에요. 형도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로 재미 보셨죠?”
유=“말도 마라. 사실 97년 여기에 유시어터 차리고는 매달 1,000만원씩 적자였거든. CF 찍어 번 돈은 모두 극장에 쏟아 부었다. ‘백설공주…’가 없었으면 유시어터는 올해 말 문 닫았을지도 몰라. 우리 연극계가 지금까지 너무 작가주의 작품만 무대에 올렸거든.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이었지. 이런 의미에서 ‘백설공주…’나 ‘난타’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2001년 5월 첫 공연한 ‘백설공주…’는 지금까지 4만 여 명, 97년 4월 첫 공연한 ‘난타’는 105만 여 명이 봤다. 지금도 장기공연 중인 히트상품이다.)
송=“형, 요새 서울시장 직무인수위원회 활동으로 바쁘시겠어요. 문화예술계 종사자 중에서 인수위원으로 뽑힌 사람은 형밖에 없잖아요? 공연예술계 발전을 위해 새 시장에게 좋은 말씀 꼭 해주세요.” (유인촌씨는 84년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자-당시 현대건설 사장-를 모델로 한 MBC 드라마 ‘야망의 세월’ 출연을 계기로 이 당선자와 친하게 지내왔다. 이번 인수위원직도 이 당선자가 먼저 제의했다.)
유=“그러게 말이다.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행정지원 강화, 서울의 문화적인 환경 조성. 이 두 가지를 말씀드릴 것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 한강 시민공원만 잘 활용해도 서울에 훌륭한 축제와 공연 문화가 자리 잡힐 텐데 공무원들이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더라. 서울시내 공연장의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보고할 작정이다.”
송=“형 말 들으니까 든든한데요. 오로지 연극에 대한 정렬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게다가 200석도 안 되는 공연장에서 수익을 내는 형의 이야기라면 서울시에서도 좋게 받아들일 거예요. 나중에 여건이 되면 형이랑 좋은 극장 같이 지어 좋은 작품 만들고 싶은데….”
유=“왜 안 되겠냐? 서울 근교에 한 900평짜리 극장을 지어 장기공연하면 히트작도 여러 개 낼 수 있을 거다. 어쨌든 지금은 같이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선배 연기자들이 트렌디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망가지는 것을 보니 불쌍한 생각까지 든다. ‘고백’에서는 새 사랑을 찾아 용기 있게 떠나는 불나방 같은 남자 연기를 충실히 해볼 테다.”
송 “골프나 술 대신 극장과 촬영장에 붙어 있는 형이 고마울 뿐이에요. 저도 이번 드라마에서는 잠시 제작자 입장에서 떠나 순수한 40대 연기자로 변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촬영 끝나면 밤새 이야기 한번 나눠요.”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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