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약 2년 만에 오프라인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전통의 손기정 평화 마라톤 대회다.
코로나 영향으로 작년에는 마라톤 대회장에 모이지 않고 참가자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개별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버추얼 코스로 진행되었다. 올해도 오프라인 마라톤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거리두기 완화 예정에 따라 오프라인 대회를 하는 것으로 결정난 모양이다. 물론 백신 2차 접종 완료자들만 참여 가능하고, 100% 야외에서 진행된다.
일상을 둘러싼 빗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서서히 위드 코로나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떨리는 마음으로 참여 신청을 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큰 행사가 열려도 괜찮은 걸까? 코로나 이후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에 간 적이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던 시절이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2019년에 2시간 6분의 기록으로 첫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나는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찼었다. 미래는 밝고 세상은 지금처럼 유지될 것만 같았다. 나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면서 청춘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다음 번엔 42㎞ 풀 마라톤을 완주해내야지, 다짐했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다. 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덮쳤다. 생존 위기 상황에서 청춘이나 경험, 도전 같은 낭만적인 단어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거리두기는 일상이 되었다. 올 초에 이직하였는데 줄곧 재택근무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료들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 매일 회의하고 이야기 나누지만 만난 적이 없다 보니 개인적으로 친근감을 느끼기는 힘들다. 사적 모임도 줄었다. 새로운 인간 관계는커녕 있는 친분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야외 활동이 줄었다. 사실은 이제 42㎞ 풀 마라톤은커녕 10㎞도 지치는 몸이 되어 버렸다. 대회까지 어떻게 체력을 끌어올리지? 예전의 도전적인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제는 성수동에 갔다. 퇴근이 좀 늦어져 8시가 살짝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미 마감한 식당이 많아 한참을 돌아야 했다. 저녁 먹고 나온 거리에는 적막이 흘렀다. 현 시점 서울 최고 번화가 중 하나지만 이 동네에서는 10시까지 버티기보다는 적당히 놀다가 귀가하는 패턴이 자리 잡은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변한 것 같다고 친구와 농담을 했다.
나도 이미 이런 일상에 익숙해졌다. 무리하게 1차, 2차 전전하고 만원 지하철로 귀가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잠깐 보고 붐비지 않을 때 헤어지는 것이 좋다. 친한 친구라면 그냥 집에서 편안히 술 한 잔 기울이는 게 더 편하다. 이런 생활 패턴 변화에 대해서는 이해 관계자에 따라 여러 입장이 있겠으나, 나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변화다. 일상 회복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일상이 이미 많이 변한 것이다.
다가올 미래가 두려우면서도 기대된다. 우리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보내게 될까? 빠르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부디 무탈하게 조금씩, 코로나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바란다. 이미 많은 것이 변했지만, 청춘이나 도전 같은 이제는 다소 순진하게 느껴지는 낭만적인 단어들이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기를. 경험이 다시 힘을 갖는 시절이 올 수 있기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