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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가 뭘 안다고"

입력
2024.09.20 04:30
27면
115 4

뉴진스의 다섯 멤버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영락없는 '요즘 아이들'이었다. 세대론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의에 따르면, '할 말을 좀처럼 참지 않고, 자기 권익 찾는 데 거침이 없고, 디지털 기술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아이들'. 아이돌인 아이들의 미덕은 그들의 노래 제목처럼 '슈퍼샤이'라는 걸 질리게 들었을 테지만, 뉴진스는 소속사 모르게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마이크를 잡았다.

30분 가까운 분량의 방송을 요약하자면, '뉴진스가 뉴진스 구하기에 나섰다'이겠다. 지구를 집어삼킬 기세로 잘나가던 뉴진스는 방시혁과 민희진의 싸움에 끼어 미래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뉴진스는 '가만히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어른들 일이라고 맡기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너무 저희 다섯 명의 인생이 걸린 문제거든요." 2008년생 막내 혜인의 말이다. 누군가 부추겼을지는 몰라도, 뉴진스는 스스로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우리가 성공하려면 민희진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적어도 방송에서는 민희진에게 조종당하는 객체가 아니라 민희진의 기획력을 이용할 줄 아는 주체로서 말했다.

10대 아이들의 당돌한 도발은 찬반으로 양분된 격론을 불렀다. 기사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글들을 보면, 뉴진스를 비판할 때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지들이 뭘 안다고." 뉴진스는 뭘 모르는 아이들이니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맥락상 '지들'이 가리키는 건 '생물학적으로 어린 사람들'과 '대중문화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겠다.

뉴진스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18세. 어려서 철없이 하이브에 맞서려 한다는 게 나이 따지는 사람들의 논리다. 그러나 '어리다'와 '어리석다'는 다르다. '미성년자'는 '미인간'이 아니다. 둘을 뒤섞는 의도는 순수하지 않다. 아이들을 종속적 존재로 묶어 두고 권리 행사를 제한해야 챙길 게 생기는 사람들이 주로 "애들은 가"라고 한다. 초중고교생들이 교내 성폭력을 고발한 '스쿨 미투' 때도 그랬다. "고발 내용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없으니까 (…) 그 불신을 이용한 가해자가 있고, 이를 방패 삼아 가해 사건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기록노동자 희정의 책 '뒷자리' 중에서)

한국에서 연예인의 정치사회적 발화는 위험한 금기다. "'딴따라'가 뭘 아냐"고 무시하다가도 "나 뭘 좀 안다"고 나서면 매장한다. '즐거움만 주는 호락호락한 존재'를 벗어나려는 순간 순수하지 않다고 매도한다. 그런 혐의를 쓰고 추락한 스타의 이름을 누구나 몇 명은 댈 수 있을 것이다. 뉴진스 기사에 "더러워졌군. 끝났어"라는 댓글이 달린 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들은 방글방글 웃는 '상품'이어야 안전하다.

나는 뉴진스 히트곡 가사와 안무를 거의 다 외울 정도로 열성 팬이지만 그날의 라이브 방송이 패착이 될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한다. 법과 자본이 하이브에 기울어져 있어서다. 그러나 뉴진스의 용감한 목소리 내기는 이미 세상을 바꾸었다. 입이 틀어막힌 사람들,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힘을 줬다. 그리고 뉴진스가 바꾼 세상에서 뉴진스도 끝까지 괜찮아야 한다. 원하는 만큼 계속 말하고, 춤추고,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요즘 어른들'이 조금이라도 덜 후져질 것이다.

최문선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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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0 / 250
  • 개저씨들자중해 2024.09.20 21:20 신고
    선플은 올바른 방향으로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악플은 악한마음을 드러낸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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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또뜨 2024.09.25 09:08 신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기사네요. 후진 어른들의 악플이 기자님이나 뉴진스들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못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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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asd 2024.09.21 20:01 신고
    배신의 아이콘이 됐네요
    오너에 해당행위를 한 전대표하고 함께하고싶다면..그냥 나가야죠..넘 어리서고...도리를 저버린 아이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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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리책임자 2024.11.18 21:58 신고
      배신의 아이콘, 어리석다, 도리를 저버렸다라… 어디서 그런 부분을 느끼셨죠? 전 잘 이해가 안되서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왜 그렇게 느끼셨는지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답답러 2024.09.23 08:23 신고
    나이가 문제가 아니고 많은 팬덤을 거느렸다고 우쭐함에
    앞뒤 분간 못하는 모습으로 보이네요. 아무리 할말을 해야한다고는 하지만 각자의 영역이라는게 있죠?
    경영진교체해라. OO까지 돌려놔라...참 가지가지 한다로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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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리책임자 2024.11.18 21:56 신고
      소리높여 말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 번 뉴진스 입장에서 잘 고민하고 생각해주시고 열심히 대한민국을,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자신이 어떻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생각해 주시기를 바래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권리책임자 2024.11.18 21:53 신고
      많은 팬덤을 가져 우쭐하고 있다, 앞뒤 분간 못하고 있다라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그렇게 느끼셨는지 정확하게 설명해주세요 저는 오히려 어린 나이에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내어 세상에 알리고 있는데 참 대단하다란생각이 들어요 이런 소리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미래를 바꾸는 거 아닙니까? 보통 ‘어른들’의 대부분은 이런 일이 무서워 아무 소리도 못 내고 피하기 마련이거든요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이런 일에 적극 나서서
    • 권리책임자 2024.11.18 21:46 신고
      지금 하이브에게 법적, 언론으로도 다 통제 당하고 있는데 이게 민주화입니까? 이건 뭐 북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 사건에서 제대로 민주화라고 자신있게 근거를 들어 설명할 수 있습니까? 광주 민주화 운동처럼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면 안 되는 거잖아요..아무리 뉴진스가 팬덤을 많이 모았다 하더라도 노동자 위치에 있는 사회적 약자인데..약자를 버려두고 고통받게 내버려두면 원래 안되는 거잖아요… 보편윤리에 맞는지 안 맞는지 생각들 좀 해봅시다…
    • 권리책임자 2024.11.18 21:35 신고
      그럼 나이도 안 먹은 어린이들은 닭치고 일이나 똑바로 해라? 너는 자기 권리 주장할 쨉이 안되니 자기 권리 소리쳐 세상에 알릴 시간에 돈이나 벌어 방시혁에게 갖다 받쳐라 뭐 이런 뜻으로 해석하면 되나요? 저 어리나이에 남들보다 몇십배는 심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저는 심지어 이번 사건을 보고 여기 한국이 아직 안전한 나라가 되려면 멀었구나 지금 형태만 민주공화국이지 속내는 북과 다름없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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