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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마약류 거래 '던지기'... 가장 안전해야 할 초등학교까지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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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마약류 거래 '던지기'... 가장 안전해야 할 초등학교까지 침투

입력
2025.03.06 04:30
수정
2025.03.06 16:43
11면
4 0

편의점·산책로 등 일상 침투한 마약 거래
초등학교·대학가·병원서도 '던지기' 성행
"위장·함정 수사 확대 등 선제 대응 필요"

2023년 4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붙잡힌 131명의 마약 매매·투약자들이 사용한 주사기 등. 이들은 동남아 등에서 공급된 필로폰 등을 던지기 수법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2023년 4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붙잡힌 131명의 마약 매매·투약자들이 사용한 주사기 등. 이들은 동남아 등에서 공급된 필로폰 등을 던지기 수법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국회의원 아들이 작년 10월 주택가 화단에 묻힌 대마를 찾으려다 뒤늦게 체포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작년엔 명문대생으로 구성된 동아리가 집단 마약 투약의 온상으로 변질돼 충격을 줬다. 두 사건 모두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사용됐다.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방식이다. 던지기 수법으로 은밀하게 범죄를 저지르기는 쉬워졌지만 수사는 더 까다로워졌다. 이렇다보니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초등학교 인근에서도 던지기 수법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교 옆 놀이터·병원 화장실서 거래

마약류 온라인 판매광고 적발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마약류 온라인 판매광고 적발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국일보가 5일 던지기 수법을 활용한 마약류 범죄 판결문 50여 건을 분석한 결과 마약 거래자들은 주로 △화단 △산책로 △에어컨 실외기 △소화전 △빌라 계단 △편의점 △우편함 등 일상 공간을 두루 썼다. 이 밖에 병원과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도 마약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다.

2023년 1월 마약 구매자 A씨는 경북 경주의 초등학교 놀이터 주변에 현금 30만 원을 두고 인근에서 합성 마약류인 야바를 수거했다. 필로폰 매수자 B씨는 2020년 인천 서구의 병원 남자화장실 변기 뒤에 구입 대금 30만 원을 숨긴 뒤 인근에서 필로폰과 일회용 주사기를 찾았다. C씨 역시 필로폰 구매를 위해 대학가 화단에 현금 60만 원을 놓는 방식으로 마약을 거래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범죄도시2'에 등장하는 악역의 이름 '강해상'을 가명으로 사용하며 엑스터시, 합성마약 등을 판매한 D씨는 2022년과 2023년 2년간 빨간 풍선으로 포장한 마약을 화단, 주방 기구 등에 숨겨 1,6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필로폰 판매자 E씨는 2021년 6월 서울 강서구 배수구 구멍에 엑스터시 300정을 휴지로 감싸 숨겼고 F씨는 2019년 부산 동구 초량동 모텔 객실 침대 밑에 숨겨진 필로폰 880g을 수거해갔다.

던지기 수법의 기승은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의 확산과 무관치 않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적발된 마약류 판매·광고 건수는 2020년 3,500여 건에서 2023년 1만1,200여 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8월까지만 집계됐는데도 3만4,100여 건으로 5년 전보다 9배 넘게 치솟았다.

"조직 잠입 수사 필요"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올해 1월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텔레그램 및 다크웹 모니터링 확대, 인공지능(AI)을 통한 실시간 폐쇄회로(CC)TV 분석 시스템 개발, 위장 수사 제도화 지원 등 대책을 내놨다. 이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만 가능한 위장 수사 범위를 마약류 수사로 확대하는 방안은 시급하게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마약 수사 전담 수사관 G 경정은 "구매자로 위장해 은닉된 마약을 찾은 뒤 총책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방법(신분 비공개 수사)을 주로 사용한다"며 "직접 조직원으로 위장·잠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피해 회복이 어려운 마약 범죄 특성을 고려해 선제 대응하려면 위장·함정 수사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성용은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밀반입을 더 엄격히 규제하고, 예방 교육과 재활 치료 지원 등 초기 단계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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