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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킬라가 알려주는 전통주 산업의 활로

입력
2025.03.1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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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를 떠올려도,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있다. 일본의 사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프랑스의 와인, 멕시코의 테킬라가 대표적이다. 한 잔의 술에는 그 나라의 문화, 정체성이 담겨 있으며, 국가 브랜드로서 상징성을 지닌다. K푸드, K컬처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전통주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반가운 현상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전통주 시장은 2020년 627억 원에서 2023년 1,475억 원으로 성장했고, 전통주 면허 수도 42.3%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통주' 언급 건수는 2023년 31만3,979건으로, 전년 대비 42.6% 늘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전통주는 전체 주류 시장에서 1.46% 비중만 차지하고 있다. 전통주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는 개별 양조장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대량 생산 체계와 품질 관리 시스템 부족, 제한된 유통망, 낮은 인지도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전통주 산업의 펀더멘털 강화와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한 해법으로 시장 선도기업과 중소 양조장이 협력하는 '전통주 밸류체인 상생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선도기업은 전통주 생산과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 품질 관리, 설비 투자, 판로 확대 등 전반적 프로세스에서 중소 양조장과 협력이 가능해 전통주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 수 있다. 일례로 멕시코 테킬라 산업은 정부와 기업, 중소 양조장들이 협력하는 동반 성장 모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밸류체인 관리에 기여한 테킬라규제위원회는 원료 재배부터 생산·병입·유통·수출까지 품질 표준을 확립하고, 생산자·병입업자·수출업자·원료 재배자 등 밸류체인 참여자 간 협력 체계를 조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테킬라 시장은 2018년 81억 달러에서 2023년 263억 달러로 3배 이상 급성장했다.

밸류체인 상생 모델이 국내에서도 우리 전통주의 경쟁력을 높이고, 참여자 모두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브랜딩, 유통, 마케팅 역량을 갖춘 선도기업과 중소 양조장의 상생으로 전통주 산업의 산업화·현대화·규모화를 앞당기며 전반적인 기초 체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K푸드가 뜨고 있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전통주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갈 적기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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