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언급
트럼프-젤렌스키 통화 후 SNS 글
'부분 휴전' 결정 참여 못한 국가 '조롱'
"미·러, 향후 중동 등 협력" 관측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지난달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전승기념관에서 열린 참전자와의 만남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각국을 '미국과 러시아 식탁 위 요리'에 비유하며 조롱했다.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강대국' 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 통화로 결정되자 환호성을 내지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로 미국이 대화 파트너로서 러시아를 인정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침략 후 국제 무대에서 따돌림 받았던 러시아가 다시 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식당에 미국과 러시아만"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엑스(X)에 "푸틴과 트럼프 통화로 식당에는 미국과 러시아만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메뉴: 에피타이저로 브뤼셀 방울배추, 영국 피시 앤드 칩스, 파리 수탉"이라고 적었다. 이어 "메인 코스는 키이우식 커틀릿, 맛있게 드세요!"라고 썼다.
그의 이날 발언은 벨기에 브뤼셀에 집행위원회가 소재한 유럽연합(EU), 러시아에 대항 국가 모임 '의지의 연합' 주도국인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각각 지역별 유명 요리에 비유하고 이들이 미국과 러시아에 의해 조리되고 먹힐 뿐이라고 비웃은 것이다. 이들 국가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조롱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대국 러시아' 푸틴 소망 받아들여진 셈
이날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비유에는 강대국 위주의 재편을 요구해온 러시아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간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를 몇몇 강대국 중심의 체계로 바꾸길 원해왔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이날 X에 올린 게시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의 중요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회담에서 배제되고, 사실상 두 강대국의 의사대로 협상이 이뤄진 것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이다.
외신도 두 정상 간의 통화를 두고 러시아가 국제 사회의 몇 안 되는 강대국으로서 다시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우크라이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이 내려졌다"며 "러시아가 강대국 중 하나로 약소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향후 중동 등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에서도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소속의 정치학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이날 X에 "통화에서 중동과 홍해가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등 (미국이) 주요 국제 문제에서 양국 간의 협력을 수용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국 관계를 별개의 문제로 만들려 하는 푸틴 (대통령)이 승리를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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