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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착한 인형, 쪽방촌에 ‘희망 홈런’

입력
2016.04.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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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francois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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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프로야구 kt위즈의 홈구장 kt위즈파크엔 올해부터 조금 특별한 인형이 판매되고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인형이지만 판매 수익이 쪽방촌 주민들의 자활 지원금이 되는 ‘착한 인형’이다.

kt 팬들에게도 꽤 인기 있는 아이템인 이 인형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주민들이 손수 제작한다. 작은 구멍이 나 판매가 불가능한 양말을 제공받아 탄성이 좋은 솜과 방울을 넣고 바느질하면 제품이 완성된다. 주민들의 ‘마법’으로 양말은 인형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양말 인형 제작은 지난 2014년부터 서울시에서 운영한 자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소소한 취미 활동이던 양말 인형 만들기는 지난해 서울시와 KT,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공방이 생긴 뒤 수익 활동이 됐다.

20일 서울 동자동 동자희망나눔센터 인근 공방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양말 인형을 제작하고 있다. 오주석 인턴기자
20일 서울 동자동 동자희망나눔센터 인근 공방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양말 인형을 제작하고 있다. 오주석 인턴기자

20일 찾은 동자동 동자희망나눔센터 인근 양말 인형 공방에선 4명의 쪽방촌 주민들이 분주히 인형을 만들고 있었다. 때마침 kt위즈의 양말 인형을 제작하던 차였다. 주민 박성수(60)씨는 “홈 유니폼과 원정 유니폼 디자인 등 수천 개의 주문이 들어와 시간 날 때마다 주민들이 모여 인형을 만든다”고 했다.

작업은 단순하지만 각자 지병들을 가지고 있어 오래 앉아 일하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평소무리한 작업량을 소화하진 않는 편이지만 주문량이 많은 요즘은 어느 때보다도 신나게 일을 한단다. 박씨는 “우리에겐 일종의 사회생활이라고 보면 된다”며 “공방은 낮 시간에 사람들이 모여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했다.

생계에 큰 보탬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의 작업 수당도 돌아온다. 일거리가 많아지면 자연히 수당도 늘고 쪽방촌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시간이 생길 때면 다양한 ‘샘플 인형’들을 만들곤 한다. 최근에는 청와대, 서울시 등 다양한 기관이나 기업, 단체의 상징물을 새긴 인형도 제작해 봤다. 박씨는 “청와대 인형도 예쁘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많은 기관이나 기업, 단체가 이 인형을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 봤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이 만든 청와대 양말인형. 오주석 인턴기자
쪽방촌 주민들이 만든 청와대 양말인형. 오주석 인턴기자
공방엔 타 구단 '영입'을 기다리며 '출전 대기'중인 양말 인형도 많다. 오주석 인턴기자
공방엔 타 구단 '영입'을 기다리며 '출전 대기'중인 양말 인형도 많다. 오주석 인턴기자

입소문을 탔는지 최근에는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수백 개의 인형을 주문했다. 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인형이 프로야구 팬들, 영화 팬들의 손에 쥐어진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귀띔했다. 양말 인형이 좁디 좁은 쪽방촌과 더 큰 바깥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역 쪽방 상담소 송윤수 사회복지사는 “양말 인형 판매 수익은 쪽방촌 주민들의 자활 프로그램과 일자리 마련 작업 등에 지원된다”고 밝혔다. 인형을 만드는 주민들도 일거리는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박씨는 “수익도 수익이지만 일거리가 늘면 보다 많은 쪽방촌 주민들이 모여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거리 환영~”을 외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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