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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이명박·오바마 통화 후 일어난 사건

입력
2024.11.13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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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공
폴 공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12>험난한 정권 인수·인계

정권 인수인계를 위해 백악관에서 만난 조지 W. 부시(왼쪽)와 빌 클린턴. 당시 부시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불만을 품은 클린턴 정권의 참모들이 백악관 기물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AFP, 게티이미지

정권 인수인계를 위해 백악관에서 만난 조지 W. 부시(왼쪽)와 빌 클린턴. 당시 부시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불만을 품은 클린턴 정권의 참모들이 백악관 기물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AFP, 게티이미지


1963년 확립된 정권인수 절차
대통령 당선자를 향한 로비전
지는 권력, 떠오른 권력의 갈등

2008년 미국 대선이 치러진 날 초저녁. 사우디아라비아 주미 대사가 필자가 보좌하던 A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A의원은 당선이 유력했던 버락 오바마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진 상태였다. 사우디 대사는 그날 늦게라도 사우디 국왕이 오바마 당선자와 통화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워싱턴 정가에 발을 담근 뒤 필자가 첫 경험한 정권 교체 과정의 막전막후 사례다.

2개월 빨라진 정권 인수 기간

미국의 정권 교체 절차는 시간에 따라 진화했다. 1933년 헌법 제20조가 통과되면서 그 이전 1793년 이래 지켜져 온 '3월4일, 취임식'이 1월 20일로 변경됐다. 교통과 통신 발달로 18세기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권 인수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끈 떨어지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대통령을 오래 현직에 오래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대공황 상태였던 미국은 허버트 후버 정권의 4개월 지속보다는, 위기 극복을 약속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당선자의 새로운 리더십이 하루빨리 시작되길 원했다.

미 의회는 1963년 질서 있는 정권교체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그 이전까지 비공식적 관행으로 굳어진 것을 입법화한 것이다. 1963년 이전에는 당선자가 소속된 정당이 정권 인수 부담했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서 연방정부가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의 활동을 지원하게 됐다. 여기에는 11월 대선 이전 기간에도 양당 후보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후보 사무실 공간과 장비, 통신서비스, 정보기술 인프라에 대한 컨설팅, 정권 인수팀의 신속한 구성을 위한 정보 제공 등이 포함됐다.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된 뒤, 이 규정에 따라 정보 브리핑을 제공받았다.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대선 후보에게 안보 관련 중요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 건 1952년 냉전시기에서 비롯된다.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후보는 한국전쟁 상황 등에 대해 연방 정부 보고를 받았다. 이밖에도 연방 정부는 당선자 주변의 정권인수팀 직원에 대해 적정한 급여를 지원하고, 당선자에게 전용기 이용을 제공한다. 대선 결과로 퇴임하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퇴임 후 6개월간 사용하는 각종 경비도 연방정부가 이 법의 규정에 따라 지원한다.

두 달 반의 정권 인수 기간이 길어 보일 수 있지만, 주요 연방정부 고위직 인선을 마무리하는 데는 빠듯하다. 미국 대통령은 4,000개가 넘는 연방정부 고위직을 임명해야 하는데, 약 1,200개는 상원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2021년 취임식 당일까지도 2,800명의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날 1,136명의 임명을 발표했지만, 임기 시작 100일째 되는 날에도 약 1,500명을 임명하는데 그쳤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임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등의 사태를 감안하면 이런 수치는 나름 성과를 낸 수치로도 해석된다. 당시 바이든의 정권 교체팀은 약 250명의 인력과 200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잠재적 후보자들을 인터뷰했고, 약 30여명의 전문가를 고위 공직 임명자의 과거 SNS 활동을 검증하는데 투입했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백악관 기물 파손한 클린턴 참모들

퇴임 대통령의 참모와 정권 인수팀 간의 긴장도 발생한다. 2000~2001년 정권 교체 때는 빌 클린턴 정권의 백악관 참모들이 백악관 기물을 고의로 파괴해 1만 5,000달러의 피해를 입힌 경우도 있다. 해당 사건을 다룬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은 전화선을 뜯어내고, 음란한 음성메시지를 남기거나, 화장실 기물을 훼손했다. 또 컴퓨터 키보드에서 'W'자 자판을 제거하기도 했는데, 이는 조지 W. 부시 당선자를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권교체에서 더 심각한 갈등은 같은 진영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한정된 자리를 놓고 한때 같은 식구였던 사람끼리 경쟁을 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것이다. 1992년 빌 클린턴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제임스 카빌은 "선거운동에서는 적을 제거하지만, 정권교체 과정에서는 친구를 찌르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올해 정권 인수에서도 같은 일을 예상한다.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이 트럼프 2기 정권에서 배제될 사람의 명단을 작성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명단에는 대선 기간 민주당의 트럼프 공격에 이용된 '프로젝트 2025' 문건의 작성과 배포에 관련된 인물과 2021년 1월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비판했던 인물들이나, 그 외 트럼프를 존중하지 않았던 다수의 공화당 인사가 포함될 전망이다.

한편 앞서 소개한 사우디 국왕은 당시 오바마 당선자와 통화할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일본 총리 등 핵심 동맹국의 지도자 9명으로 구성된 '첫 번째' 통화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집트 대통령과 파키스탄 총리 등 '두 번째' 통화에는 포함됐다. 이들은 당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 중이던 전쟁을 위해 중요한 지도자들이었다. 그 통화 덕분일까. 사우디 대사는 이후 6년 더 주미 대사로 일했고 2015년 외무장관으로 영전했다.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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