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반등한 가운데 지난 2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49회 맘앤베이비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여성이 왜 출산할 권리를 포기하는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정책장관회의를 계기로 프랑스 가족아동고령화정책고등위원회를 방문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요청하자, 위원장은 이같이 답했다. 청년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자녀를 가지려는 자연스러운 욕구와 권리가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프랑스 국립인구문제연구소장도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적인 경력을 쌓는 것과 출산·양육하는 것 중 택일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출산율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 원인을, 출산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 여건에서 찾아야 한다는 관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1934년 스웨덴의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 부부가 저서 '인구위기'를 통해 언급했듯 출산방해 요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이러한 관점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도 반영되었다. 이번 4차 계획에서는 청년 삶의 질을 높여 자연스럽게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하였다. 대표 정책들을 살펴보면 우선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 원에서 250만 원까지 인상하고, 임신·육아기 근로단축 기간도 확대했다. 가임력검사 지원, 난임시술 지원 등 난임 부부를 돕는 예산도 늘렸다.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신생아가구 주택자금 대출소득 요건을 2억 원까지 완화하는 등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도 확대한 바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한 데에는 청년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온 노력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반등을 지속적이고 확실한 추세로 이어가려면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도 출산·양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일관된 관점의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정부는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쓰겠다. 특히 오늘날 청년들의 삶에 걸맞은 제도가 갖춰졌는지 청년 관점에서 점검할 계획이다. 가령 최근 기획재정부 자문위원회인 중장기전략위원회가 제시한 동거관계등록제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결혼을 가족 간 결합이라는 부담감, 불균등한 가사부담 등으로 꺼리는 청년도 있다. 이들에게 결혼 또는 비혼 중 택일을 강요하기보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과 유사하게 결혼하지 않고도 정책적 보호를 받는 공동체를 꾸리고, 출산과 양육도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출산과 양육을 원하는 국민이 그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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