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진입, 사회보장기금 역량 강화"
조치 없으면 기금 30년 내 고갈 가능성 커져

지난 1월 태국 방콕 왕궁 모습. 방콕=허경주 특파원
태국이 은퇴 연령을 65세로 높이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심각한 저출생·고령화가 재정 건전성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결국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18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노동부는 은퇴 연령을 65세로 올리고 자발적 퇴직을 장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은퇴 연령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60세, 민간 부문의 경우 55~60세인데,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5~10년가량 높아지게 된다.
품팟 무안찬 노동부 대변인은 “태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사회보장기금(SSF)의 재정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기금이 노인 연금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의료 보장에도 사용되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피팟 랏차낏프라깐 노동부 장관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사회보장기금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태국 최대 공적 기금이다. 국민 7,100만 명 중 2,400만 명이 가입했다. 방콕포스트는 노동부 산하 사회보장청(SSO) 등 정부 내에서 연급 수급 시작 연령을 55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12월 태국 방콕의 한 병원에 신생아들이 누워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국은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태국의 기대수명은 79.6세로 2000년(72.3세)보다 7세 이상 늘었다. 오는 2027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한 나라의 65세 이상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일 경우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0명으로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0.75명), 싱가포르(0.97)와 함께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됐다고 현지 매체 까오솟은 전했다.
저출생·고령화는 국가 재정까지 압박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정부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기금이 향후 30년 안에 고갈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은퇴 연령과 수령 시기를 점진적으로 미루는 셈이다. 현지 노동부는 사회보장기금 운용 수익률을 2023년 기준 2.3~2.4%에서 올해 최소 5%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했다.

2023년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베트남, 싱가포르 등 이웃 동남아시아 국가 상황도 비슷하다. 산업화 후 나라가 급속도로 늙어가면서 성장 둔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베트남 현지 매체 베트남뉴스는 지난달 “베트남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91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 2039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경제·사회적 부담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국처럼 고령화가 심각한 싱가포르는 이미 2022년 은퇴 연령을 63세로 높였다. 오는 2030년까지는 65세로 올릴 예정이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